[우재룡의 똑똑한 은퇴] 내 집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

입력 2014-05-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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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중장년층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게다가 은퇴 후에는 친구가 부족해 외로워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건강이 나빠지면 간병을 받아야 하는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계획이 필요하다.

은퇴 후 어디서 살 것인가? 노후에 거주할 수 있는 곳은 자기 집, 전원주택, 실버타운, 해외 은퇴이민, 노인전용주택 등이 있다. 노후생활을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은퇴자 중 약 70%는 자기 집에서 계속 지내길 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명 중 9명이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결국 은퇴 후 도심에 있는 내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중소도시로 옮기거나 농촌으로 떠나려는 사람은 50대의 경우 30% 정도, 60대는 20%대로 줄어든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살던 도시의 내 집에서 계속 지내고, 간병기도 여기서 보내길 원한다. 이런 경향을 ‘내 집에서 나이 들기’라고 한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란 영어로 ‘aging in place’다. 현재 사는 곳에서 나이 든다는 말은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리 중소도시나 농촌에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해 좋은 환경 속에서 살면 멋진 삶이 되겠지만, 이사도 해야 하고 새로운 곳에서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된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 이사를 자주 하거나 너무 멀리 옮기면 자신이 속해 있던 공동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장수시대를 맞이하며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주거 계획의 가장 큰 핵심은 간병기를 어디서 보낼 것인가다. 50~60대들은 여전히 70% 넘는 사람들이 거동이 불편해지는 간병기가 되더라도 내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한다.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간병을 받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30% 미만이다.

이런 추세는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4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86%가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경우에도 65세 이상 노인 중 94%가 자기 집에서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내 집에서 사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고령자들이 내 집에서 오랫동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려면 집을 고쳐야 한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낙상사고를 당하는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장치를 해야 하며, 휠체어를 타고 집안에서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고 출입문을 넓혀야 한다. 이런 개념으로 집을 개조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쉬운 말로는 ‘문턱 없애기(barrier free)’라고 한다. 본래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자가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이제야 고령사회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급이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은퇴 후 노후생활을 멋있게 보내기 가장 좋은 곳은 전원이 아니라 도심의 내 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은퇴를 하더라도 왕성하게 취미, 여가와 사회봉사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은퇴 설계를 잘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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