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세월의 역사, 월급봉투에 담다

입력 2014-03-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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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월급을 다 합하면 십억원은 훨씬 넘었을 텐데…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허허허."

공직에 들어와 퇴직할 때까지 39년10개월(478개월)치의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모아둔 이종찬(68·전북 전주시)씨.

이씨는 "(월급봉투는) 내 인생의 행적을 담은 최고의 선물"이라며 빛바랜 월급봉투를 주섬주섬 꺼내 놓았다.

1966년 그가 처음 받은 월급봉투에는 4천543원이 적혀 있다. 당시 이 돈으로 쌀 한 가마니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1960년대는 먹을 수만 있어도 감사하던 때였다. 월급만 가지고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아서 틈틈이 약간의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박한 월급에 공직에서 일반 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봉급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아버지 생신 때, 닭 한 마리를 잡았지. 동네 사람들 다 불러서 그 닭 한 마리로 국을 끓여 배울 채운 거야"

고기가 귀한 시절이어서 운이 좋은 사람은 닭고기 한 점을 먹고 대부분은 닭 기름만 둥둥 떠다니는 국을 마셨다고 한다.

월급봉투가 조금씩 두툼해진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경제발전으로 공무원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1983년 월급봉투에는 52만8천41원이 찍혀 있다.

2006년 40년의 공직생활을 마치며 받은 월급이 357만원이니 첫 월급에서 약 90배 오른 금액이었다.

"월급봉투를 모으는 걸 보면 청승 떤다고 할 수 있지만, 지난달에는 얼마를 탔고 이번 달에는 얼마가 올랐는지를 비교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며 빙그레 웃었다.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의 손자들에게 가끔 월급봉투를 보여주며 "그때는 그랬다"고 얘기한다는 그는 "월급봉투라는 증거가 없었다면 손자들이 귀담아듣지 않았을 거야"라며 월급봉투를 정리했다.

그는 "월급봉투를 보면 당시의 경제상황을 알 수 있다"면서 "하찮은 것이지만 월급봉투도 시대의 기록이자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돈도 있을 때 아껴야 해. 없으면 어떻게 아낄 수 있겠어. 그 어려운 시절 모두가 아낀 덕에 이렇게 잘살게 된 거야. 아껴야 잘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에게 전할 때가 아닌가 싶어"라고 했다.

그의 책장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기록한 수십 권의 일기장도 빼곡히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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