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유럽과 아시아 잇는 장대교량 新역사 쓴다

입력 2014-03-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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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 현장

[이투데이 l 이스탄불(터키)=구성헌 기자]이스탄불 시내를 벗어나 1시간 가량을 달려 꼬불꼬불한 시골길과 언덕을 따라 들어가면 거대한 주탑이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이어주는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현장에서는 세계 최대 높이(322m)의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주탑 건설이 한창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역사적인 장대교량 공사를 진행중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고도(古都) 이스탄불은 교통 정체로 매우 유명하다. 터키는 3%의 유럽 땅과 97%의 아시아 땅으로 이뤄져 있으며 보스포러스 해협이 그 경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해협 서쪽인 유럽지역에는 기업들의 사무공간이 집중되어 있는데 반해 동쪽인 아시아지역에는 주택가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출근 시간에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퇴근 시간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교통 수요가 대거 발생하며 심각한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해 줄 교량은 1973년 영국과 독일 건설사가 지은 제1교량, 1988년 일본과 이탈리아 건설사가 지은 제2교량이 전부이다. 때문에 추가 교량 건설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진행됐지만 환경 파괴 논란과 예산문제로 지난해에야 제3교 입찰이 진행됐다.

이 입찰에서 현대건설과 SK건설은 미화 6억9740만 달러 규모의 보스포러스 제3대교 건설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 공사의 수주로 터키라는 신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성과도 거두게 됐다. 3월 현재, 공정률 약 21%의 공사 초기 단계로 교량 주탑을 건설하는 작업이 한창이며 전체 공사는 2015년 말 완공 예정이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기존의 제1, 제2교 기준, 중앙경간(Middle Span) 약 1.4배, 주탑 높이 약 2배가 넘는 대규모 공사로 왕복 8차선 도로와 복선철도로 구성되어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가장 북쪽(유럽 쪽 사르예르 가립체, 아시아 쪽 베이코즈 포이라즈쿄이)을 잇는 이 공사는 총연장 2164m로 중앙경간(해협 구간)은 1408m에 달한다.

교량의 규모만으로도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아시아 측과 유럽 측에 놓이는 두 개의 주탑은 높이 322m로 세계 최대의 높이며 교량 상판의 경우 폭 60m, 길이 1408m로 국제 규격 축구장을 약 11개를 만들 수 있는 면적에 해당한다. 기자가 공사가 진행중인 주탑의 100미터 지점까지 올라가보니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만나 눈을 뜰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특히 이번 공사는 이런 기후적인 것보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더 큰 공사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는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건설된다. 사장케이블을 주탑에 바로 묶어 교량 상판의 무게를 지지하는 사장교(斜張橋)와 주탑 사이 현수케이블을 연결하고 거기에 상판을 다시 묶어 차량 하중을 지지하는 현수교(懸垂橋) 방식을 하나의 교량 내에서 재현한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1000m급 이상의 장대 케이블 교량에서는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고난도 기술로, 이 교량의 중앙경간은 사장교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이며 현존하는 현수교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수준의 교량이다.

이처럼 고난이도의 공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 다리가 도로와 철도로 동시에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도로로만 사용할 경우 사장교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 경우 흔들림에 취약한 철도를 운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장대교량 건설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첨단 기술력과 전문인력의 완벽한 조화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국내외 장대교량 건설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장소장 나영묵 상무는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상징성을 지닌 장대교량으로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공사를 준공해야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다”면서 “하지만 현대건설이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초장대교량 기술력과 풍부한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사처럼 교량공사에서는 주탑 사이 중앙경간의 길이가 교량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중앙경간이 길어지게 되면 바람의 영향에 따른 내풍(耐風) 안정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설계인자로 작용하게 되며 실제로 차량과 접촉하는 교량 상판의 면적이 증가해 무게나 하중을 지지하는 각종 구조부재(構造部材)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즉 고도의 기술력 및 건설비용의 증가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의 현수교 부분은 지난 2012년 2월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울산대교에 적용 중에 있는 초장대 케이블 가설장비 신공법이 그대로 사용돼 공기단축 및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009년부터 건설교통 R&D 혁신사업인 초장대교량사업단에 참여, 주경간 2㎞급 초장대 현수교 가설공법의 일환으로 조립식 평행선 스트랜드(PPWS; Prefabricated Parallel Wire Strand) 케이블 및 동 케이블 가설용 핵심장비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PPWS 케이블 가설공법은 기존 케이블 가설공법에 비해 향상된 품질과 주공정 공기(工期) 단축이 가능해 최근 그 활용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그동안 유럽 선진 건설회사의 독점 무대였던 유럽 건설시장에서 동서양을 연결하는 상징성을 지닌 터키의 보스포러스 제3대교를 시공함으로써 향후 유럽 건설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2년 총연장 36km의 해상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Jaber Causeway) 교량 공사, 2013년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미화 6억4800만달러 규모의 칠레 차카오(Chacao) 교량공사를 수주함으로써 세계 장대교량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이 최근 수년간 세계 교량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양대 교량 공사를 모두 수주한 것으로 향후 유럽, 중동, 중남미를 무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사들과 어깨를 겨눌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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