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실, 왜 진정한 스타 아나운서일까? [배국남이 만난 스타]

입력 2014-02-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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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용실 아나운서(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뉴스도, 예능 프로그램도, 그리고 교양 프로그램도 TV화면에선 중년의 여성 아나운서를 만나기가 참 어렵다. 여자 아나운서는 30대중반만 되도 한국 TV화면에선 어느 사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여자 아나운서의 TV화면에서의 정년은 30대 중반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의미 있는 모반을 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KBS 아나운서 정용실이다. 정용실(46) 아나운서는 40대 중반인데도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것도 정용실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돋보이는 인터뷰 프로그램이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경쟁력을 내보이면서.

그녀가 최근 ‘혼자 공부해서 아나운서 되기’라는 책을 펴냈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멘토링을 하면서 느꼈던 점과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23년간의 경험담을 담았다. 아나운서 지망생 5만명 시대다. 그리고 이중에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허상을 쫓아 지망하는 사람부터 아나운서를 조건 좋은 결혼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이도 있다. 또한 아나운서의 꿈을 이용한 고액의 학원들도 난립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학원 수강에서 성형수술까지 수천만원을 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나운서 지망열기에 거품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아나운서가 과연 내 피를 끓게 하는 진정한 꿈인가라고 자신의 내면에 물어봤으면 합니다. 꿈이 절실하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정말 필요한 열정과 기본기를 갖추라고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정용실 아나운서는 “부족한 제가 23년간 아나운서로 살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멘토링을 시작했고 그 6년간의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정용실 아나운서는 1000대 1이 넘어가는 아나운서 경쟁률의 상황에 대해 직업에 대한 환상도 높은 경쟁률에 한 몫 한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보다 아나운서로 성공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이다”고 강조한다.

기자를 지망하다 연거푸 낙방하고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아나운서직을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지난 1991년부터 KBS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된 정용실은 아나운서로서 너무 많이 부족해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3년의 세월동안 내 자신을 속이거나 준비 없이 부끄럽게 방송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어도 방송인으로서 화려한 스타 대열에 올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동기나 동료 아나운서들은 MC를 했지만 자신은 리포터 생활을 5년 동안 하면서 내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맞나라는 회의도 많이 했다는 정용실은 방송을 준비하고 하는 순간 너무 힘들지만 행복하고 보람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아나운서로 필요한 한국어 실력이나 말, 위기대처능력, 인터뷰 스타일 개발 등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양 프로그램에서부터 주부대상 프로그램, 인터뷰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정용실의 차분하면서도 열정이 돋보이고 편안하면서도 품격 있는 진행으로 서서히 시청자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남자 진행자들이 뉴스에서부터 교양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주도하는 상황에서 정용실은 당당하게 여자 단독MC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여자 아나운서 MC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확장했다.

“프로그램 운도 따랐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프로그램을 맡으면 프로그램의 성격과 제 스타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을 해요. 인터뷰 프로그램의 경우 제가 말하는 것보다 게스트가 말할 수 있도록 많이 듣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지요.”

▲KBS 정용실 아나운서(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었다는 정용실은 “아이에게 참 미안하지요. 하지만 일하는 엄마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을 보면서 열심히 아나운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KBS아나운서협회장을 역임했던 정용실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는 결혼 잘 하기위한 직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대답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나운서는 프로그램과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전문직종이고 고도의 능력 뿐만 아니라 사명감도 가져야한다”였다.

그리고 아나운서의 역할과 존재가 절대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 들어 역할과 기능이 많이 적어져 정체성이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송 환경을 비롯한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어 아나운서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본질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나운서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나 유럽 방송을 보면 40~60대 여자 진행자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우리 TV방송에선 20~30대 젊은 여자 아나운서의 모습만 보인다. 이 때문에 베테랑 중견 여자 아나운서들의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방송인으로서 중요한 자산이 사장된다. 그리고 젊음지상주의라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방송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방송 환경과 제작진과 시청자의 인식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중견 아나운서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면 오랜 방송생활에서 쌓은 능력을 발휘하고 시청자들에게 보다 알찬 방송을 하지 않을까요. 물론 중견 아나운서들도 치열한 노력을 해야지요. 제가 맡은 프로그램에 올인 하는 이유는 저로 인해 중견 아나운서의 입지가 확대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최근 들어 외모 관리도 하고 있어요(웃음)”

후배인 조수빈 아나운서는 초년병 아나운서 시절 정용실 아나운서의 조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뉴스에 나온 글자만 보지마. 세상에 관심을 가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끼란 말이야”라는 충고를. 정용실은 그런 사람이다.

방송 진행현장에서 정년을 맞는 정용실 아나운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정말 그러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고 행복한 방송 현장에서 정년을 맞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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