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소통=기자회견?

입력 2014-0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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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취임 후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그간의 불통 논란을 잠재우고 나름 국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 면으로 나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우선 형식 면에선 정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박 대통령은 그다지 권위적인 사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뭐든 상의할 수 있는 누나와 같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의 이러한 측면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다. 말투나 몸짓도 진솔·담백했고 또 “대박”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나름 친근감을 주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그래서 형식 면에서는 나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은 다르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경제와 남북관계였다. 그런데 경제 부분은 강조하는 정도에 비해 내용이 상당히 빈약했다. 물론 지금 미국과 유럽은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정 운영자로서 당연히 경제 부분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 내용은 공허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안 좋아 허덕이는 시점에서 3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운운하니 국민들은 정말 허전함을 느꼈을 법하다는 말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3년 후의 소득 4만 달러보다 지금 당장 먹고살기가 급한데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도무지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미 747 공약을 경험한 바 있다. 물론 그때도 전적으로 그 말을 믿었던 국민은 많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은 가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어리석은 국민은 없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서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역설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남북관계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정치에 관한 부분은 더욱 역지사지가 안 되는 언급이 많았다. 박 대통령이 개각과 관련해 “국가를 위해 이벤트성 개각은 안 된다”고 강조한 부분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0%가량 되는데, 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70%가 이벤트나 하자고 개각을 원하는 꼴이 된다. 이는 국민이 왜 개각을 원하는지 대통령으로서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마디로 ‘역지사지의 결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서도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모두 빠져들어 이것저것 할 그것(엄두)을 못 낸다”고 했다. 이런 한마디 말로 개헌을 주장하는 많은 정치인들을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전락시키는 꼴이 됐다. 특히 올해가 개헌을 논하기에 적기라고 주장한 강창희 국회의장은 입장이 말이 아니게 됐다. 박 대통령이 좀더 역지사지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개헌 논의 요구를 묵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소통을 위한 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통임을 확인해줬다. 소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역지사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은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붙인 셈이 됐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과는 역지사지도 못하는 대통령이 됐으니 말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참모들의 잘못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혼자 준비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박근혜판 747’과 같은 아이디어는 분명 경제 참모들에게서 나왔을 터다. 결국 박 대통령은 개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대통령 스스로가 개각의 필요성을 확인해 준 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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