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양성 빛과 그림자]사회적 편견ㆍ저임금에…꽃 피우기 전 ‘꿈’접는 전문기술인

입력 2013-11-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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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능올림픽 수상자 4년만 관리…마이스터ㆍ특성화고 취업률에만 매달려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지난 30여년 동안 직업을 여러 번 바꿨다. 김씨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토목 분야에서 전문기술자를 꿈꿨지만, 기술인의 꿈은 일찌감치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기술인으로 살아가는데는 경제적, 현실적 한계가 많았다. 사회의 높은 벽과 낮은 임금 탓에 꿈은 접고 음식점부터 슈퍼마켓, 지금의 철물점까지 안해본 가게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은 산업화와 함께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65년 당시 노동청에서 직업훈련관을 신설했고 관련 정책은 70∼80년대를 거쳐 강화됐다.

그 핵심에서 국제기능올림픽 대회가 열렸다. 정부는 국가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목표를 세우고 전국의 공업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에 대비한 기능인 양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맞물려 국내에서도 전국 규모의 기능대회가 열렸고, 대회 수상자에게는 많은 상금과 취업을 보장했다. 한편으로 정부는 66년 1월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하고 기능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겼다.

이처럼 정부는 반세기 가까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과 효과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각종 국내외 수상자들 가운데 전문 기능인의 삶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뛰어들거나 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소홀한 인력관리가 근본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진출한 숙련기능인의 체계적 관리는 숙련기술의 산업현장 접목과 함께 후학 양성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기능올림픽 수상자의 경우 4년이 지나면 아예 관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각종 국내외 대회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사후 관리 데이터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기능올림픽 수상자들을 4년 간 사후 관리하고 지원해준다. 하지만 모든 기능인을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능인의 취업률에 대해서는 “통계 기준이 애매하고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한 학생들 중에서는 진학을 원하거나 남학생의 경우 군대를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인들에 대한 관리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부의 관리부재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산업인력으로 배출한 많은 기능인이 산업현장에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게 우리 기능인 양성 정책의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기능인들이 올림픽에서 상을 받았더라도 자신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처음에는 큰 차별을 못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졸과 고졸의 차이 확실히 느끼게 된다. 현장직과 관리직의 차이로 볼 수 있는데, 진급이라든지 연봉에서 차이가 난다”고 언급했다.

서울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송모(38)씨는 “졸업 뒤 전공을 살리고 싶었지만 편견이라는 큰 장벽을 경험했다. 정부의 반짝 관심과 지원도 문제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기능인은 홀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정부는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한 공교육 체계를 도입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가 이러한 예다.

하지만 공교육 체계에도 문제점은 있다.

A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모(20)씨는 “학교에서 대외적인 평판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도록 해주기 보다는 무조건 취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이 멈추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8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두에서 기업, 학교가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B 공고의 한 교사는 “정부가 바뀌면서 기능올림픽에 대한 지원도 변해왔다”며 “정권에 따라 바뀌는 반짝 관심이 아닌 기능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C 마이스터고의 부장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능 올림픽에 출전하도록 격려하고 기업과의 산학 협력을 맺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졸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며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능인을 길러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기능인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공고를 졸업한 중소기업 사장은 “기능인에게 올림픽을 통해 상을 주고 격려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여주기식의 정책은 좋지 않다. 소외된 기능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정부의 산업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겉돌면서 직업전문학교나 특성화고를 졸업한 기능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7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 경기에서 헤어디자인 직종 선수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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