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이유- 김영철 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장

입력 2013-10-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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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지천이 가을 내음으로 가득한 수확의 계절이자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또 하나,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국 각지에서 지역특산물이나 상징물을 이용해 펼치는 축제의 향연이다. 그중 최근 대구시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농업박람회 등이 많이 개최되면서 도시민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농업이 도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애그로 힐링(Agro-hea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도시민들은 자연을 찾아 치유하기를 원하고, 더 나아가 귀농·귀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 유명 관광지나 펜션, 별장, 전원주택 단지들이 계곡이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옆에 두고 발달했는지를 보면 우리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곳에서 힐링을 꿈꾸는지를 알 수 있다.

도시농업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식물은 새집증후군을 줄여준다고 한다. 즉, 식물은 눈과 목을 따끔거리게 하는 발암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같은 성분을 흡수해 농도를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공부방에는 로즈마리, 화장실에는 관음죽, 주방에는 스킨답서스, 거실에는 남천이나 아레카야자 같은 식물이 적합하다는 것과 실내 3.3㎡당(1평) 1개의 화분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벽면과 옥상에 식물을 심어 여름철에는 3℃ 정도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보온, 정서안정, 빗물 저장 효과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으며, 실내 벽면에 식물공기청정기(바이오 월)를 설치하게 되면 무공해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자동차 매연에 의해 정서와 건강을 위협받는 도시민들에게 이러한 도시농업이 권장되고 있는데 이들은 흙을 만지면서 흙속에 사는 많은 미생물에 의해 면역력을 키우게 되고, 활동을 같이하는 가족 구성원과 이웃 간 공동체 의식 또한 갖게 된다.

더욱이, 사람이 식물 향을 맡으면 향 분자가 혈액을 통해 사람의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아로마 테라피가 되고, 식물 색의 파장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파장과 만나 공명현상에 의해 힐링 효과를 갖는 색 치료가 되기도 한다. 미국 오슬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피로와 안면피부건조 등 건물병 증후군이 20∼40% 감소하며,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앞으로 사람과 식물의 관계는 식물이 말을 하게 하는 단계까지 발전될 전망이다. 식물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질을 ‘화학어휘(chemical vocabulary)’라고 하며 현재까지 5∼6종류가 밝혀져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회지에 게재돼 있기도 하다. 식물과 인간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IT 기술과 융합해 도시농업의 힐링이나 치유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로 봤을 때, 인구의 약 91%(2013년 기준)가 도시에서 사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유하고 살리는 도시에서의 농업활동이 미래 농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이 우리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고향 쪽을 바라보며 슬피 운다고 한다. 우리 중 과연 농촌이 고향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며, 농작물을 먹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를 먹여 살리고, 보듬어 주며, 치료까지 해주는 농업, 농촌과 식물,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경외심을 갖고 도시에서의 농업 활동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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