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 무력감 들게 한 진영 장관 사퇴의 변- 박엘리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09-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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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예산은 기획재정부,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어서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24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은 상당히 와전된 것입니다. 공약과 관련해서 장관 차원에서 얘기할 사안이 아닙니다.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는데 한계와 무력감을 느껴서 그만두는 게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한 것은 맞습니다.”(25일 오전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지난 22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63)의 사퇴설이 불거진 이후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퇴의 변은 국민들을 무력감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사퇴 검토를 한 것은 맞지만, 공약 이행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며 복지부 장관으로서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 장관의 이 같은 해명은 측근의 입을 통한 섣부른 사의 표명 보도가 야당 등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기초연금 공약 축소로 고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 중 측근을 통해 사퇴설을 흘렸을 때 청와대와의 불화, 서울시장 출마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뒤이어 공약 후퇴를 왜 장관이 책임지냐는 비난에서부터 지나친 오버아니냐는 힐난도 이어졌다.

더욱이 청와대의 따가운 눈총 때문인지, 야당의 역풍을 맞을까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된 사퇴설 때문인지 그는 사퇴의 배경에 대해 기재부, 안행부, 서울시 등을 언급하며 두루뭉술하게 넘기려는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다.

복지부가 힘이 없어 무력감을 느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복지부만이 아닌 다른 부처 역시 기재부와 안행부와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늘 있어온 일이다. 그런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장관의 책무이자 본분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는 진 장관이 기재부와 안행부에 밀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 다른 부처 장관들도 사퇴를 해야할 지경아닌가.

그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거쳐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낸 현 정권 실세 중의 실세다. 그런 그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당시 그는 복지공약은 책임회피로, 주요쟁점은 검토라고 얼버무렸다. 그는 진주의료원 사태에서도 무책임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부처 수장으로서 갈팡질팡한 모습에 주위에서는 ‘장관 미흡’이라는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부터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자세는 국민 실망을 넘어 정부의 갈 길 바쁜 복지정책을 6개월 후퇴시켜 놓은 결과가 됐다. 가는 마당이라면, 이번만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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