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연환계의 장점과 숨은 약점

입력 2013-09-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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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삼국지연의’ 소위 ‘삼국지’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전략전술의 엑스포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미인계(美人計)는 축에도 들지 못한다. 첩자를 속여 역이용하는 반간계(反間計), 속임수로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는 고육계(苦肉計)가 있고, 무방비 상태인 것처럼 보여 공격을 모면하는 공성계(空城計)도 있다. 또 난이도 높은 연환계(連環計)가 있다.

적벽대전에서의 연환계는 유명하다. 조조는 유비의 첩자 방통의 계략에 말려들어 전선들을 쇠사슬로 엮는다. 수전(水戰)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유가 화공(火攻)을 펼치자 조조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 많은 수군과 병선이 연환의 고리가 된 것이다. 잘 묶여 있던 배들은 병선이 아니라 불쏘시개에 불과한 것이었다.

서서(徐庶)는 유랑객 유비에게 보물과 같은 존재였다. 형주를 공격하다 실패한 조조는 유비에게 책사 서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서서를 회유한다. 서서의 노모를 찾아 허도로 데려온 뒤 필체를 모방하여 거짓편지로 서서를 부른 것이다. 효성이 지극한 서서는 노모의 말을 좇아 유비를 떠나 노모가 있는 조조에게로 간다. 서서의 효심을 고리로 한 연환계에 유비가 당한 것이다.

절세미녀 초선(貂蟬)도 연환계에 동원된다. 초선은 사도(司徒) 왕윤(王允)의 집 가기(歌妓)였다. 사도란 태자의 스승이자 최고위 대신인 삼공(三公)의 하나. 왕윤은 아리따운 초선을 동탁에게 바치고 또 여포에게도 보낼 것을 약속한다. 초선은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시키는 왕윤의 계략에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달마저 수줍어하여 구름 뒤에 숨을 정도인 초선의 미모에 혼을 빼앗긴 여포가 결국 동탁을 제거한다. 충직한 여포가 연환계의 고리가 된 것이다.

연환(連環)이란 '고리를 잇는'다는 뜻. 연환계는 적의 ‘숨은 약점’을 포착하고 그 약점에 고리를 걸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공격하는 계책이다. 문제는 약점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꼭 장점 안에 숨어 있다. 여포의 충직, 서서의 효성, 조조의 대규모 수군은 모두 장점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12월 OECD에 가입하였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OECD가입 후의 외환관리에 고리를 걸고 이를 공격한 국제투기자본의 연환계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경제의 장점은 무엇일까. 장점 속에 숨어있는 약점은 없는 것인가. 있다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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