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추석 연휴, 나를 돌아보는 시간

입력 2013-09-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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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쯤 지난 일이다.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그때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택시기사와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추석으로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타 언론사 친한 동료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취재 일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통화를 마쳤다. 잠시 후 기사는 내게 언론사에서 일하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언론사에 다니신다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으로 시작해 불만을 쏟아냈다. “요즘 명절 스트레스다 명절 증후군이다 하면서 며느리들이나 여자들이 고생만 한다고 언론에서들 떠드는데 대체 왜들 그런 쪽에만 초점을 맞추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도 없지 않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방송사나 신문이나 다 똑같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남자들이 명절에 여자들 고생 못 시켜서 안달인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남자인 나로서는 공감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이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종갓집 같은 엄격한 집안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명절이면 여자들이 분주해지고 끊임없이 상을 차리는 일은 낯설지 않다. 물론 나 역시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종종 본 적이 있고 일정 부분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명절이면 오래 떨어져 지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나 역시 명절을 즈음해 그 같은 기사를 자주 접했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갔을 뿐이다. 이 같은 보도들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몇 년 전 어머니는 추석을 전후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한 TV 방송사의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추석물가에 대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물가가 딱히 오른 것 같진 않다”고 답했고 그밖의 많은 사람들 역시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뉴스에는 “많이 올랐다”라고 답한 소수의 사람들만 화면에 등장했고 뉴스의 주제 역시 ‘추석을 전후해 뛰는 물가’였다. 당초 방송사가 잡은 콘셉트와 다른 답변을 한 사람들의 인터뷰는 제외된 셈이다.

두 개의 예는 종류는 다르지만 기자를 직업으로 하는 나에게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했다. 그동안 기사를 쓰면서 스스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사실과 다르지는 않은지, 이 기사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받은 사람은 없는지, 혹은 사실과 다른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보도하진 않았는지 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두 개의 예에서 전자는 기자로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기사를 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후자는 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이 모두 근처에 살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 탓에 추석은 내게 연휴 이상의 의미는 거의 없다. 때문에 추석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이 두 가지 일이 가장 먼저 선명하게 떠오른다. 누구나 추석을 생각하면 저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떠들썩하게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긴 연휴를 통해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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