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입법 4대 이슈①상법개정안]“외국계 투기 자본에 경영권 넘어간다” 재계 좌불안석

입력 2013-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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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분리 선출집중투표제 등 독소조항 인식… 전면 재검토 요구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2013년 재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들이다.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거나 구속당하면서 재계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박근혜 정부는 하반기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의 국정과제 실현을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 정년 60세 연장법, 임원연봉공개법 등의 구체적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고, 하반기엔 더 굵직굵직한 경제민주화법안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할 경제민주화법들이 기업 존폐와 경영권 위협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메가톤급’ 규모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법안 중 재계의 우려가 큰 4대 경제민주화 규제는 무엇이고, 향후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4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전경련 주최로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건의문 기자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경련

재계가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에 좌불안석이다. 그동안 경제민주화 입법이 기업의 불공정 거래 등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상법개정안은 ‘뿌리’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계의 불안감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T사옥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19개 경제단체의 공동 의견’ 기자 간담회장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날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상법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일인 만큼 집중적으로 대응하려 한다”며 결연한 표정으로 경제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경제계는 경제민주화 입법의 최대 독소조항으로 상법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회 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집행임원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징벌적손해배상제도(하도급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공정거래법), 매출 5% 이하의 유해물질 누출 과징금 기준(화학물질관리법), 대체휴일제 도입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자 동요하고 있다.

이날 박 전무는 “기업들은 불확실한 환경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면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은 정상적 기업의 경영권마저 흔들 수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기업의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지배구조를 받아들이도록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며 “체형을 무시하고 모두에 똑같은 크기의 옷을 입도록 강요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전경련 등 19개 경제단체는 이날 오후 상법개정안에 대해 정리한 의견을 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했다. 통상 경제계의 입장은 경제5단체가 대변해 왔지만 이번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시멘트협회 등 업종별 단체가 대거 참여, 경제계가 느끼는 충격을 가늠케 했다. 이들 경제단체는 지난 25일 입법예고가 종료되고, 법제처 등 정부 심의 단계로 넘어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경제계는 상법개정안의 5대 독소조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건의문에 담았다. 먼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고,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 지분을 쪼갠 후 이를 규합해 감사위원을 선임,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최소 20%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계열사를 통한 주식의 분산 보유가 곤란한 만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일괄 선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계는 무엇보다 이 같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와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 이사회엔 감독권만 두고 업무를 집행하는 집행임원제 등 3개 제도가 결합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외부 세력에 쉽게 빼앗길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례로 A 상장회사가 현행 상법상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감사위원회 3명 포함) 등 총 7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의결권 3% 제한으로 최대주주 의사와 관계없는 인물들로 감사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도 집중투표제를 통해 최소 1명 이상 외국계 펀드나 기관투자자가 선호하는 인물로 구성될 수도 있다.

결국 A사는 이사회 7명 중 최소 4명이 외부 세력이 원하는 인물로 채워질 수 있고, 집행임원제 의무화로 집행임원·대표집행임원 선임까지 가능해져 기업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를 강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경제단체의 입장은 상법개정안 독소조항의 완화가 아닌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개 경제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참여 단체 수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동 건의에는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제지연합회 등 19개 경제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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