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 국정원 수사 관련 “국민께 사과드립니다”

입력 2013-06-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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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수뇌부 대신해 사죄…인터넷 포스터 게재

일선 경찰이 경찰수뇌부를 대신해 국민께 사죄, 눈길을 끈다. 한 경찰간부는 경찰조직이 곪을 대로 곪은 경찰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과정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데 대해 경찰수뇌부의 행태를 정면 비판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온라인에는 빨간색 사과 그림과 함께 ‘대한민국 현장 경찰관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등장했다.

일선 경찰관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포스터에는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해 수사의 공정성을 해쳤던 점 △조직 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 부당한 명령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든 점 △한사람의 경찰로서 이 모든 것이 이뤄질 때까지 침묵했던 점 등 사과 이유가 적혀 있다.

이 포스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일선 경찰관이 운영하는 SNS 계정에 공유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 경찰 간부는 사무실에서 경찰 정복을 입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경찰은! 거듭나야 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수사기관으로서 국민에게 최소한의 신뢰마저 송두리째 잃었다”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국민 앞에 서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인가? 그 수사결과 발표를 누가 믿어 줄 것인가? 무슨 낯으로 믿어달라고 할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황 과장은 “지방청장이 명백히 범죄 행위인 지시를 하는데도 지휘 계통에 있는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에서 이번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며 “경찰청은 마땅히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발 방지대책은 사건 관련자 전원에게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조직이 깨지는 아픔을 겪을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찰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 과장은 2011년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글을 내부망에 올리는 등 경찰수뇌부를 향해 합리적 비판으로 쓴소리를 줄곧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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