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명숙(69) 전 국무총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1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0일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2007년 비서 김모(53)씨를 시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3억여원을 받아오게 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에 추가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그동안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에게 2007년 4월 초, 5월 초, 9월 초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억원씩, 현금과 수표 달러 등 총 9억원을 직접 받았다는 혐의를 제기해 왔다. 4월 초에는 한 전 총리의 당시 고양시 풍동 자택 부근의 도로에서, 5월 초와 9월 초에는 자택 안에서 받았다는 것이 당초 검찰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얼굴이 알려진 유력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공개된 장소인 도로에서 직접 받았다는 혐의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한 전 대표는 1심 2차 공판에서 “돈을 준 일이 없다, 한 총리는 누명을 쓰고 있다”고 공개 양심선언을 했다. 여기에 1심 현장검증에서 검찰이 지목한 1차 돈 전달장소인 도로가 폭이 좁고 턱이 있는 등 돈을 전달하기 부적합하다는 점이 검증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완벽한 무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2심에서도 검찰이 패소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검찰이 이번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이유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 행동으로 보인다.
처음 전달한 3억원을 한 전 총리가 직접 받지 않고 비서 김씨를 통해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공소 내용을 바꾸겠다는 것.
항소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는 공소장 변경이 타당한지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은 7월8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