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헌 제청 “표현의 자유 위축”

입력 2013-05-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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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11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변민선 판사)은 교복을 입은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내용의 음란물을 전시·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성인 PC방 운영자 배모(38)씨가 신청한 아청법 제2조5호 및 제8조2항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27일 밝혔다.

배씨는 해당 영상물은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연기를 했을 뿐 실제로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아청법 제2조5호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를 제재하고 있다. 음란물은 ▲성교행위 ▲유사 성교행위 ▲신체 전부나 일부를 접촉 노출하는 행위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행위 ▲그 밖의 성적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 등으로 규정했다.

변 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이 법 조항에 따라, 사실적 이미지에 한정하지 않고 가상의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모든 경우를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은교, 그 밖에 애니메이션, 게임물도 모두 해당된다”며 “비현실적인 법 적용일 뿐 아니라 실재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란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밖의 성적 행위’라는 개념 또한 애매모호해 무한히 해석이 확장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극단적으로는 이성친구와의 포옹이나 입맞춤을 촬영한 동영상까지 형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행 아청법 8조2항이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를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것은 과잉 제재라고 밝혔다.

변 판사는 “가상 아동청소년물에 대해서는 형법상 음화반포죄나 청소년보호법위반죄 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법률위반(음란물배포)죄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며 “합리적 근거 없이 이 조항에 의해 가중처벌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 등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른 양형 기준은 각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의 벌금,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아청법 8조2항에 비해 낮다.

또 아청법을 위반했을 때 ▲300시간 이하의 수강명령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20년간 신상정보등록 ▲10년간 공공 주택 경비나 청소년 대상 체육 활동 시설 등에 취업제한 ▲법원의 결정에 따른 보호관찰 및 신상정보 공개의 제재를 받도록 한 것도 과잉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변 판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수사기관이 국민적 공감대 없이 온라인으로 국민을 실시간 감시하고, (국민이) 내려받은 음란물 중 미성년자로 보이는 사람 또는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한다면 규제목적 이상으로 의사표현 공간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배씨에 대한 재판은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졌다. 이번 위헌 제청은 2011년 아청법 개정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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