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 창조형 인재]기업들 바뀐 채용 트렌드… ‘스펙 경쟁’은 가라

입력 2013-05-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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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열정·도전정신 등에 중점…‘서류·필기시험 후 면접’ 공식 벗어

“얼마나 경험이 많고, 얼마나 외국생활을 많이 했느냐가 관건이 아닙니다. 고생을 했든 하지 않았든, 경험이 많든 적든, 거기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한 거죠.”

지원자를 평가하는 시각에 대한 국내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의 말이다.

청년 취업이 사회적 문제라고 아우성이지만, 반대로 기업들은 인재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수많은 지원자가 있어도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좋은 스펙과 경력을 바탕으로 인재를 채용했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은 지금, 인재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틀에 박힌 인재채용 방식을 탈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상반기 채용을 마무리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인재채용 트렌드와 특징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 정형화된 채용기준에서 벗어나 구직자가 가진 열정, 도전정신, 전문성, 창의성 등을 중요 요소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채용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개성 넘치는 신입사원들이 속속 주요 기업에 뛰어들어 끼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LG그룹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신입교육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사진=LG그룹)

◇상식을 깨뜨린 인재를 찾아라 = 최근 국내 기업들은 기존의 서류와 필기시험, 면접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새로운 채용 방식 가운데 오디션 형식으로 원하는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구직자는 오디션 형식을 통해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한다. 지난달 열린 오디션에는 14개국 무전여행 지원자,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로 1인창업에 도전한 지원자 등이 참가했다.

KT 역시 올해 ‘올레 오디션’을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내세웠다. 역시 오디션 방식으로 자신의 이력과 열정을 소개한 지원자를 추린다. 지원서류에 학점, 토익점수 등 스펙을 채우는 공간도 사라졌다.

효성그룹도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 출신지역, 전공 등의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치른다. 한화 역시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인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두산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에 학점 기재란 없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을 뒀다.

포스코가 인턴채용 지원서류에 학력, 출신교, 학점, 사진 기재란을 삭제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서술한 에세이를 제출토록 한 것 역시 맞춤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이다.

◇맞춤형 인재 뽑기 활발 = LG그룹은 1995년 처음 시작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스펙과 상관없는 채용에 나섰다. 대학생들의 해외 탐방보고서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졸업예정자는 신입사원, 재학생은 인턴사원으로 선발했다.

역동적인 경영 이면에 보수적 인재채용으로 이름났던 현대차도 채용 방식을 화끈하게 바꿨다. 지원서에 사진을 넣는 공간이 없다. 여기에 부모님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고교 전공 표시란 등도 없다. 또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PR’를 도입하기도 했다.

재계의 채용 트렌드를 이끌었던 삼성그룹도 독특한 채용으로 유명하다.

스펙 순위로 합격자를 추려내는 일반 서류전형과 달리 일정 요건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 직무적성검사인 SSAT에 응시할 기회를 줬다. 이에 따라 지난달 120개 시험장에서 10만명 이상이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전공과 채용부문 간 벽을 허문 융합형 인재를 채용하거나 인적성 검사를 폐지하는 새로운 시도도 도입했다. 삼성그룹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력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전형을 발표했다. 상·하반기 200명씩 총 400명 규모의 훈련생들은 6개월간 소프트웨어 심화교육을 받은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정식 채용된다.

◇고졸·지방대생 ‘숨은 인재’ 찾기 = 고졸, 여성, 지방대, 장애인, 저소득층 등 다양한 사회계층을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에서 시범 실시한 지방대생 채용을 올해는 전 계열사로 확대, 대졸 채용 인원인 4300여명 중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뽑을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과 연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화그룹은 고졸대상 공채와 고교 2년생 대상의 채용전제형 인턴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LG그룹도 지방대 및 전문대 출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교수 추천, 지방현장 순회 채용, 공모전 및 경진대회 출신 실무역량 보유자 우선 채용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졸 직원과 같은 직무 전환과 승격 기회가 부여된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1000명의 우수인재를 미리 선발하고 학비보조 및 단계별 집중교육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지방대생에 대한 채용도 확대해 나간다.

삼성그룹 역시 일반공채 외에 3급 고졸공채를 신설, 고교 졸업생의 취업 기회를 확대했으며 3급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지방대생은 35%, 저소득층은 5%까지 채용하고 있다.

최근 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 취업을 준비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구직자가 전체의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능력 중심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문화가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선발된 사원들은 출발 때부터 업무 추진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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