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국민연금]무늬만 국민… 일하는 사람 10명 중 6명 연금 사각지대

입력 2013-03-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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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보장 못하는 국민연금

▲2월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앞에서 열린 복지공약 성실 이행 요구 복지·노인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용돈연금’.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급여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비꼬는 별칭이다. 국민연금은 재정 고갈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대신 급여를 삭감하는 식으로 논쟁을 피해갔다. 그 결과 평균 소득액의 70% 수준이던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 무늬만 ‘국민’연금이라는 사실이다. 소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대상자의 절반 정도만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급여의 소득대체율은 매년 낮아지고 특수고용직이나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가 커지는데 이들을 제도로 안지 못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것을 방증하듯 지난 달에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1만2000명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임의가입자는 전업주부, 학생, 군복무자 등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월에만 임의가입자 1만2122명이 탈퇴하고 4899명이 신규 가입하면서 전체적으로 7223명이 감소했다.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10여년 만이다. <표>

◇‘노후소득보장’무색한 연금 급여=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당연가입자 1866만명 가운데 10년이상 20년 미만 가입한 사람의 월 평균 연금액은 41만원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는 1인 기준 약 57만2100원으로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착실하게 납부해도 연금 급여는 이보다 적다. 20년 이상 보험료를 내도 사정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월 평균 급여는 100만원이 채 안 되는 82만원이다.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실제 정년은 짧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1위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평균(13.3%)보다 3.5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일을 하고 있음에도 빈곤한 노인들의 비율은 OECD 평균(7.1%)보다 5배나 많은 34.7%에 달했다.

참여연대 김잔디 사회복지위원회 노동복지팀 간사는 “노동 시장이 불안정해져 연금을 꾸준히 납입하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고 매년 급여는 낮아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급여삭감은 무리”라며 “연금 소득대체율의 마지노선, 보험료 만기 등 공적연금 재설계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국민’연금…사각지대 축소가 시급해= 국민연금이 일하는 사람들을 다 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특수고용직, 주부(여성),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가 아니거나 보험료 최소 납입기간인 10년을 채우기 어렵다. 정작 국민연금이 필요한 노동자는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한국사회보장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 실질가입률은 약 2명 중 1명인 53.1%에 불과하다. 이는 독일 84.5%, 캐나다 91.9%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근로자 1명 이상 데리고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로 본다.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이 없는 특수고용직이나 일을 하지 않는 가정주부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같은 납부예외자는 2011년 490만명에서 지난해 460만명으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일하는 사람의 58%는 국민연금 제도 밖에 놓여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국민연금연구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민연금에 가입한 여성 가운데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입하는 비율은 약 8%에 불과하다.

여성들은 출산·육아 등으로 휴직기간을 거치면서 경제활동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할 경우 주로 종사하는 업종은 가사도우미, 간병인,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혹은 마트계산원이나 공공기관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비정규직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워 국민연금 가입률은 정규직(97.4%)보다 훨씬 낮은 33.2%에 불과하다”며 “아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비공식 돌봄노동자들부터 특례로 국민연금 적용 대상자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연평균 소득이 고용자 평균 소득의 60% 수준에 불과해 강제가입 요구도 쉽지 않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사업 규모는 영세해 노후대비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공감해 지난해부터 10인 미만, 최저임금 120% 미만의 영세업장에 국민연금 사업주 분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대표는 “영세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5인 미만, 최저임금의 130% 미만까지 범위를 넓히고 떡볶이, 컵밥 등을 노점에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까지 사업자분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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