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경기침체에 살아남는 유통기업은?

입력 2012-12-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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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팀 하포트(Tim Harford)는 자신의 저서 ‘ADAPT’에서 초우량기업들의 엇갈린 운명들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쾌한 화법으로 분석했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쏘니와 삼성전자의 엇갈린 운명처럼 초우량 기업들의 운명은 극심한 경기침체 와중에 성공적인 아이디어의 적용과 그에 따른 시장 변화와 맞물려 엇갈리는 일이 많다는 게 요지다.

팀은 1982년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인용해 당시 43개의 기업만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고작 2년 뒤 43개 기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4개 기업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즈니스 위크의 심층 분석 기사를 인용하며 ‘초우량’이라는 것이 원래 순식간에 사라지는 속성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서술했다.

해당 연구와 언론기사만으로 충분치 않았던지 팀은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 1912년 현재 노동자수 22만1000명의 거대 기업인 US스틸의 예도 곁들였다. 레슬리 해나의 심층연구를 인용해 팀은 US스틸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인 미국 경제 안에서도 시장 리더였고 항상 중요하게 여겨지던 산업에 속해 있었으니 어느모로 보나 1위로 꼽을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95년 세계 100대 기업에 들지 못했다. 제너럴 일렉트릭과 쉘이 1912년에는 물론 1995년에도 여전히 10위 안에 들어있던 것과 비교되는 사례다.

한국에서 초우량 유통기업들의 현재는 어떨까? 롯데그룹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한민국 유통 빅3들은 최근 몇 년 간 할인점, 백화점,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다양한 업태로 끊임없이 경쟁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는 시점에 맞춰 이들은 무한 확장 경쟁을 펼치며 너나 할 것없이 영토를 넓혀갔다. 하지만 이 때는 경기가 바닥을 친후 살아나는 때라 성공적인 아이디어나 아이폰처럼 완전히 개념을 바꾼 기기 등의 출시처럼 혁명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우량기업으로서의 기득권을 누릴 수 있었다. 소비가 증가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 할 것 없이 매년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고, 쌓아놓은 현금은 곧바로 새 점포와 부동산을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와 경기침체, 가계빚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다. 최근 대형할인점의 부진이 말해주듯이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기업들은 경기침체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팀의 말대로라면 승부는 시작됐다. 경기침체의 시기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조직의 변화 등의 접목에 따라 초우량 유통기업으로 살아남느냐, 아니면 그저 시시껄렁한 유통업체 몇 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정부의 규제와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때보다 혁명적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하는 인사는 물론 내년, 아니 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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