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용' 복지 빈곤층엔 무용지물

입력 2012-10-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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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프로그램 일회성·보여주기식에 그쳐…사각지대 많고 홍보 미흡

지난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백사마을. 이곳에서 만난 기초생활수급자 이모(52)씨는 “올 겨울도 동태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보일러가 있었지만 고장난 지 오래고 전기장판도 없어 냉골에서 지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알콜중독자인 그는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자식도 없고 돈도 없어 이곳에 혼자 살고 있다. 말동무를 해줄 사람도 친구도 없어 우울증이 와 자살도 결심했었다는 그는 매일 술을 마시며 지내고 있었다.

이 씨는 “가끔 TV나 신문을 보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선전뿐이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복지가 빈곤층에 집중돼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시혜성, 일회성, 보여주기 식인 경우가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식-탁상행정식 복지제도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수혜자 특성에 따른 사회복지체계 분석(지난해 12월 기준)’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보호수급대상자에게 지원되는 사회복지 서비스는 총 103가지다.

50세 이상 고령자에게 직무훈련을 실시하는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고용노동부)’, 기초수급자에게 책, 영화, 공연비 및 스포츠 관람비를 지원해주는 ‘문화바우처’와 ‘스포츠관람바우처(문화체육관광부)’, ‘세탁서비스(보건복지부)’, 냉·난방기를 저비용·고효율 제품으로 바꿔주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지식경제부)’, ‘생신상 차려드리기(각 지자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이 사업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어려운 이들의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아닐뿐더러 삶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서비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거나 있다고 해도 주변에서 이용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라에서는 기초생활수급 그 돈만 나오지 다른 건 받아본 적이 없어요. 매달 나오는 43만원에서 월세 15만원을 제하고 남는 걸로 생활합니다. 살기도 힘든데 책이나 영화를 볼 여유가 어디 있나요. 당장 이번 겨울 연탄 구입비로 40만원이 들어가는데 그 걱정뿐입니다.”

2010년 사업 예산 67억원에서 2011년 347억원으로 대폭 확대된 ‘문화바우처’ 사업은 지난해부터 카드제로 전환돼 1년에 5만원이 지원되지만 장애인들이나 빈곤층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한 지역 사회봉사자는 “문화바우처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장애인들은 이동에 제약이 있어 봉사자들이 함께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장애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유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문화바우처는 지역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등의 편차가 커 활용 격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부가 기본적인 사각지대 해소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대개 거창하게 선전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미미하고 홍보가 안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하고 있는 세탁서비스 역시 사각지대가 많다. 또 다른 기초수급자는 “옆집 할머니는 버려진 옷을 주워 입다가 또 버리고 다시 주워 입고를 반복하는 것을 봤다”고 항변했다.

그나마 아무도 돌보지 않는 노인들을 위한 지자체의 ‘생신상차려드리기’는 일회성 정책이지만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힘이 돼 주고 있다. 문제는 국비 지원이 되지 않아 예산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김지현 중계본동적십자회장은 “가정을 방문해 생신상을 차려드리고 있는데 지원이 많이 안 나오고 돈이 모자라서 바자회를 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하는 서비스는 가짓수만 많은데 실상 세금이 엉뚱한 데서 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안 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겨울에도 전기장판과 난방기구 후원을 얻기 위해 기업 대리점이나 재활용센터에 전화를 돌려보는데 그것마저도 경기가 어려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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