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박동주 IR큐더스 컨설팅본부 과장 "아너코드와 IR의 상관관계"

입력 2012-10-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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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코드(Honor Code)’. 참 생소한 단어다. ‘Honor’는 명예 또는 영광을 뜻하고, ‘Code’는 행동규정·도덕규범 등을 의미한다고 사전은 말하고 있다. 그럼 ‘명예규약’ 정도로 그 뜻을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사실 아너코드란 단어가 그리 생소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는 갓 ‘고딩(고교생)’의 티를 벗어버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사모를 집어 던지며 함성을 질러대는 졸업생 학사수여식까지 4년 내내 이 아너코드를 반복해서 외쳐대곤 한다. 명예규약. 한동대학교 학생들에게는 학점도, 이른바 ‘스펙’도, 심지어는 ‘CC(캠퍼스 커플)’조차도 입학하면서 스스로 약속한 명예의 가치보다 우선시되지 않는다.

한동대 학생들의 아너코드를 위한 실천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시험감독이 없어도 학생들 스스로 정직하게 시험을 보고, 학교당국이나 교수도 학생들의 그 약속을 존중하며 감시하지 않는다. 학교 내에서는 지갑을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며, 심지어 도서관 게시판에는 주인을 찾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 1000원짜리 지폐 몇 장이 테이프로 붙어있을 정도다. 물론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새치기를 하기도 하고 도서관의 MP3 플레이어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 스스로 약속한 이 아너코드를 매일 되새기면서 오늘도 정직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정직이 나름 몸에 배어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졸업 후 IR(기업설명활동이나 홍보 등) 분야에 뛰어들면서 이상으로서의 아너코드와 IR업계에서 접하는 현실과의 괴리감에 고민이 깊었던 시간이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업을 좀 더 매력적이고 투자할만한 기업으로 알릴 것인가라는 IR의 기본 명제와, 정직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아너코드의 원칙이 서로 상충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IR의 최우선 가치 또한 정직을 기반으로 한 신뢰의 관계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IR은 투자자들을 교묘히 유혹해 투자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차원적인 수준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는 고차원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꾸준하고 정직하게 IR활동을 이어온 고객사의 주가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상향 차트를 계속 그려가고 있다. 큐더스IR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IR우수기업들의 평균 주가가 전체 지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직한 IR이 해당 기업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포인트가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진심은 통한다. 정직함을 기본 가치로 삼고 진행하는 IR활동은 결국 투자자들이 그 진심을 알아보고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IR에도 IR 담당자들의 명예규약인 ‘IR 아너코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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