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현장에 답이 있다] 경영권 승계, “현장 감각부터 익혀라”

입력 2012-10-04 12:06 수정 2012-10-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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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2세도 현장경영 활발

지난 7월 진에어 ‘김포발 제주행’항공편에서는 ‘독특한 기내서비스’가 이뤄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막내딸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객실 승무원으로 변신한 것.

조 전무는 다른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청바지에 운동화,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야구모자 차림을 하고 손톱과 복장 등 용모 검사를 받은 뒤 탑승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승객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물론 직접 쟁반을 들고 100여명의 승객에게 물·녹차·감귤 주스 등을 서비스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비상 탈출 요령 등 안전과 관련한 교육은 물론, 항공기 주방 사용법, 기내 대화 요령 등을 훈련받았다.

조 전무는 “맡고 있는 마케팅 담당 전무의 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고객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총수 2세들의 현장경영 행보가 바쁘다. 신사업을 챙기고 글로벌 기업 CEO와 만나며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총수 2세들은 창업세대의 기업가 정신과 2세 경영인의 도전정신 없이 손쉽게 자리에 올랐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젊은 감각과 패기, 직원들과의 현장 소통 등은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살리고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재용·정의선 보폭 넓히는 현장경영= 노버트 라이트 호퍼 BMW 회장,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르노의 카롤로스 곤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올해 만난 글로벌 자동차기업 경영자들이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초 독일에서 세계 3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났다. 빈터콘 회장과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등에 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올 2월에는 독일 BMW사를 방문해 라이트 호퍼 회장과 다각적인 협력을 논의했고, 5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앨런 멀러리 포드자동차 CEO와도 올해 안에 만날 예정이다. 삼성은 ‘미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자동차용 전지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최근에도 르노의 곤 회장과 만났고, 이에 따라 르노삼성자동차 합작지분 처분을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곤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이재용 사장은 “좋은 얘기면 하겠는데 내가 얘기하면 입장이 곤란해 질 분들이 생긴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6월 말에 이재용 사장은 윤부근,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베트남 휴대폰 공장으로 날아가 제조 전략회의를 가졌다. 삼성의 제조 경쟁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현장 경영행보에 바쁘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인 현대오트론의 기업 전략 등 핵심 사안은 물론 인력 스카우트 등도 직접 챙겼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해외생산현장을 자주 둘러보고 있다. 지난 5월 인도와 터키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공장 증설 가능성을 타진했다. 정 부회장은 또 터키 공장 생산량을 연산 10만대에서 30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인도 첸나이를 방문해 디젤엔진 공장 설립뿐 아니라 일부 협력사들도 돌아봤다.

정 부회장이 해외에 나가 실질적인 그룹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를 구하라” 발로 뛰는 오너3세=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최근 술 마실 일이 잦아졌다. 32살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부터 몸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오너 3세 사장이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원급 직원들과 넉살좋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현장의 얘기를 듣는다.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을 구해내기 위한 그만의 ‘현장 스킨십 경영’이다.

고 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사장은 2004년 3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미국 유학 계획을 접고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으로 대한전선에 입사 한 지 7년이 채 되지 않은 2010년 12월엔 재계 최연소(만29세)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그는 지난 2월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직급을 낮췄다. 대한전선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부회장의 직급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업의 실질적인 오너가 자신의 직급을 낮춘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었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도 현장경영을 통해 회사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인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2012 금호타이어 신상품 설명회’에 직접 나서 제품을 설명했다. 올해 초 전무에서 승진한 박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대외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2월에는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력 시장인 호주 출장길에 올라 현지의 마케팅 활동을 점검했다. 1월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를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둘러보고 금호타이어 부스를 방문해 자사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지난해 초 노조 파업과 직장폐쇄, 중국 리콜 등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박 부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사기를 진작시켜왔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09년 회사의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지난 2010년 개인투자자 설명회장에서는 “목숨 걸고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박 부사장의 현장 경영과 진솔한 소통을 바탕으로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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