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없는 다문화]선심성 이벤트 정책 뒤에 이주여성 아이가 운다

입력 2012-08-20 11:41 수정 2012-08-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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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그늘에서 신음하는 다문화 가정

#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7살 재현이(가명)는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보내졌다. 아버지는 종적을 감췄고 어머니 또한 경제적으로 재현이를 돌볼 형편이 못된다.

고아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재현이는 현재 심각한 정서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중국 결혼이주여성 P(34)씨는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이웃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엄청나게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해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P씨는 “다문화 가정이 한국의 복지 예산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인양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힘들다”면서 “한국에 살아보겠다고 세금도 내고 자식까지 낳고 사는데 왜 손가락질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한국에 시집 와 아이를 낳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R(23)씨는 남편과 시부모의 급작스런 태도돌변을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이 시어머니 병수발을 강요했고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조금씩 송금하던 돈도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이혼을 결심했지만 자식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다문화 문제가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정부의 선심성·이벤트성 정책들이 다문화 가정을 미화시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화적 편견과 가정 내 불화, 교육으로부터의 소외, 따돌림 등으로 상처 투성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의 문제점과 결혼이민자 자녀(15만명) 교육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근간을 뒤흐드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자(외국인)와 한국인이 결혼해 이뤄진 가족 또는 인지·귀화로 이뤄진 한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해 이뤄진 가족을 말한다. 다문화가족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약 57만명으로 이중 결혼이민자는 21만명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 청소년의 20%(5명 중 1명)가 다문화가정 출신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부가 조사한 가정폭력 실태에서도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부부 폭력 발생률은 69.1%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 건수 2만2265건으로 2010년에 비해 15.3% 감소한 반면 상담소의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건수는 37.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부모가 이혼할 경우 대부분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떠나는 이탈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88%이고 중학교로 올라가면 40%대로 뚝 떨어지고 고등학교에 이르면 20%대로 급락한다. 심지어 중도입국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내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문화가족들은 국가의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내국인들의 따가운 눈총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약 57만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이혼, 별거 등 문화차이로 가정파탄 가정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선심성·시혜성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회원수가 9000명에 달하는 외국인 혐오 단체들은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 왜 우리 세금을 이주민에게 퍼주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에 총 11개 정부부처에서 53개 세부과제에 925억원(국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렇다보니 각 가정마다 골고루 지원이 되지 못하고 있고, 집중 지원을 받는 가정들은 복지의 풍요로움을, 그렇지 못한 저소득 가정들은 빈곤의 연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사회적 여론 등에 떼밀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는 지난 2009년 다문화 가정에 산모도우미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펴왔으나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시켰다.동작구청 가정복지과 구은모 팀장은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만 지원을 하는 쪽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각 부처의 정책은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고 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장 밀착형 도움은 없다”면서 “외국인 다문화가족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다문화가정이 엄청난 이혼율을 보이고 있고 이혼 후 그 자녀들은 내팽개쳐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지자체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방치 돼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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