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순리대로 풀어야

입력 2011-0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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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국장 이석중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 회의에서 대불공단의 전봇대 하나 때문에 대형 트럭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말 한마디에 소관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물론 총리실 등 행정부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언론도 벌집쑤신 듯 정부의 무사안일 행정을 질타했다. 이때 나온 말이 ‘규제 전봇대’다.

당선자가 지적한 대불공단의 문제 전봇대는 그후 뽑혔다. 입주기업들의 불만이 해결된 것일까.

아니다. 그 문제는 전선을 땅밑에 매설하는 지중화 사업에 드는 예산을 지자체와 한전이 서로 떠넘기려다 공사가 늦어진 때문이다. 예산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순서다.

이 대통령 당선자는 공단 입주자의 단편적인 얘기만 듣고 전봇대만 뽑은 것이다. “입주기업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데,왜 그런지 알아보라”고 하는 게 옳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는 “기름값이 적정한 수준인 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기름값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이상 한파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동물전염병까지 창궐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수급 불안정으로 물가가 뛰는 만큼 국민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물가잡기가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먼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4대 정유사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17일까지 나흘간에 걸친 조사에서 지난 1994년 석유가격 고시제 폐지 이후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석유제품의 원가 자료까지 모두 가져갔다.

정유사들이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대통령이 가격을 내리라고 암시를 줬지만,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정유사들은 리터당 휘발유의 소매가격이 2000원에 육박하지만, 내려봐야 10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가격을 내린들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정유사들의 주장이다.

기름값도 전봇대와 같은 이치다.

휘발유값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교통세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교통세는 인하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본질은 세금인데, 애궂은 정유사들과 주유소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공정위가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업체와 식품업체들에 대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조사에 나선 것도 마뜩치 않다.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와 유통구조 관행 등을 찾아내겠다며 기업의 영업행위 전반에 걸쳐 조사하는 것은 공정위가 경제검찰이라고 하지만, 월권이 아닌 지 의문이다. 당장 빼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정부가 완력으로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재계는 이미 알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 13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5%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회장단이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오늘의 간담회 때문이다. 정부와 교감이 이뤄진 결과다.

실제로 재계는 예상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이 그랬고, LG와 SK가 그 뒤를 따랐다. 채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계가 말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와 투자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다.

우리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관료출신이다. 또 투자를 늘리라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 경쟁력강화위원장에 이멜트 GE 회장을 발탁했다. 이런 자세가 친기업이다. 미국의 전향적인 발상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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