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관 협력 상시화’가 K-관광 돌파구다

입력 2026-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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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관광시장의 지형이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FIT) 중심으로 시장의 체질이 바뀌어 방한객 10명 중 8명이 개별여행으로 한국을 찾는다. 관광객들의 관심사 역시 단편적인 유적지 방문을 넘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K뷰티, K푸드, K컬처 등 일상 문화 전체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관광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과제를 던진다. 관광 분야의 민관협력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2011년부터 항공·숙박·쇼핑·체험 기업의 참여로 열리고 있고, 2024년 환영주간에는 31개 기업이 할인권과 기념품을 내놓았다. 2025년 여름 개최된 코리아뷰티페스티벌에서는 K뷰티 분야 기업들이 참여해 체험 프로그램과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은 대체로 개별 행사나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공공의 정책이나 개별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다변화된 외래관광객의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이제는 이런 협력을 행사 기간에 머물지 않는 상시 협력으로 넓혀 갈 때다. 정부도 지난 2월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7~2029 한국방문의 해’를 민관 협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광 인프라에 민간 유통망 더해야

이러한 민관협력을 뒷받침해 온 조직이 한국방문의해위원회다. 위원회는 관광 분야 민관협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되어, 현재 기업과 유관기관 등 31개 위원사가 참여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국립중앙박물관 등과 통신·문화유산을 연계한 ‘K-보물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이종 산업 간 협업 모델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고 한국 관광의 질적 도약을 이루려면, 한국방문의해위원회를 중심으로 ‘상시적 민·관·학 협력체계’를 정교하게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해외 관광 도시의 사례는 상시 협력체계가 왜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프랑스의 대규모 B2B(기업 간 거래) 관광행사 ‘랑데부 앙 프랑스 2026(Rendez-vous en France 2026)’은 올해 3월 니스(Nice)에서 열렸다. 해외 여행사 관계자 800여 명이 전시장에서 상담하는 동안 니스 관광청은 사전 답사 투어를 운영하고, 옛 기차역과 새 컨벤션센터, 인근 쇼핑몰을 저녁 행사장으로 활용했다. 지역 호텔과 업체도 함께 손님을 맞았다. 컨벤션센터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관광 무대로 삼은 셈이다. 지역 기업의 참여가 해외 여행사의 도시 경험으로, 다시 관광상품 계약으로 이어지는 통합형 모델이다.

뉴욕시 공식 관광마케팅기구 ‘NYC 투어리즘(Tourism) + 컨벤션(Conventions)’은 민간 비영리 법인으로, 시 지원금과 함께 2000곳 가까운 회원사의 회비, 광고·스폰서십 수입으로 운영된다. 회원사에는 공식 웹사이트 등재, 광고 채널, 시장 조사 자료, 해외 여행업계 대응 교육(Tourism Ready) 같은 사업상 편익을 제공한다. 참여 기업이 얻는 이익이 분명하기에 민간의 참여가 일회성 후원에 그치지 않고 상시 협력으로 이어진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한국관광학회가 공동 주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희대, 놀유니버스, CJ올리브영이 참여하는 ‘관광분야 민관협력 활성화 민·관·학 워킹그룹’이 지난 10월 21일 1차 회의를 열었다. ‘한국방문의 해’ 개막을 앞두고 민·관·학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한국형 민관협력 실행모델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구심점 역할하길

성공적인 ‘2027~2029 한국방문의 해’ 추진을 위해, 핵심 거버넌스로서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네 가지 주요 과제와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출발점은 유통·라이프스타일과 관광을 잇는 융복합 상시 협업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관광소비의 37%는 쇼핑, 14%는 식음료 업종에서 나왔다. 외래관광객의 실제 소비 접점인 K-뷰티, 식음료(F&B), 유통, 쇼핑, 통신·결제, 문화콘텐츠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과 관광을 정교하게 결합하는 일이 중요하다. 1차 회의에서도 유통·라이프스타일 업계가 관광과의 융복합 협업을 제안했다. 민간기업의 유통망·플랫폼·콘텐츠 자원이 공공의 인프라·정책과 연계될 때 융복합의 시너지도 한층 커질 것이다.

협력의 폭이 넓어질수록 무엇을 먼저 할지가 중요하다. 민간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기업 간 혜택 결합, 시범 체험 프로그램, 공동 세일즈 프로모션처럼 성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은 단기 과제로 먼저 추진하고, 상시 매칭 체계 구축과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사회공헌 자원 연계는 중장기 과제로 삼아 단계적으로 넓혀 가자는 것이다. 단기 사업에서 쌓은 성과와 신뢰가 중장기 협력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사업을 고르고 평가하는 기준도 함께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간의 사업 성과를 데이터로 살펴 이어갈 사업과 보완할 사업을 정리하고, 관광객 수와 함께 체감 편익, 참여 기업의 사업 성과까지 살필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국부터 출국까지 관광객의 여정 전체를 놓고 과제를 찾는 시각도 필요하다. 위원회가 공항과 항만에서 운영해 온 환영주간을 체류 기간 전체로 넓히는 방안이 한 예다.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에서 교통·결제·통신·안내 서비스를 한데 묶어 제공하는 체감형 ‘웰컴 시티(Welcome City)’ 사업 등 실질적인 과제가 발굴되어야 한다.

이 과제들을 하나로 엮는 구심점은 위원회다. 단발성 행사를 주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의 정책 목표와 민간기업의 사업 수요를 잇고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상시 매칭 플랫폼’이자 거버넌스 허브로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의 역할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 기업별 보유 자원과 협력 수요를 정리한 협업 자원 목록을 만드는 일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워킹그룹은 연말까지 협력사업안을 담은 보고서를 마련하고, 한국관광학회도 내년 학술대회에서 민관협력 세션을 열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논의가 위의 제안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7~2029 한국방문의 해’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한국 관광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그 성과를 행사 이후까지 이어 가는 열쇠가 바로 상시 협력체계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민간의 창의적 역량, 공공의 정책 기반, 학계의 전문성을 하나로 모으는 마중물이자 상시적 민·관·학 협력의 플랫폼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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