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 평택시 와이제이푸드를 찾아 직접 확인한 AI 품질평가 장비는 계란 껍데기 상태를 이미지로 읽어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개발한 이 장비를 활용하면 계란 300알의 외관과 깨짐 여부를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인력 판정 기준 30분에서 AI 판정 때 11분으로 줄었다. 사람이 반복하던 일의 부담을 기술이 덜어주는 대표적인 변화다.
검사 뒤에 남는 기록도 눈길을 끌었다. 축평원은 판정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별 품질정보를 시범 제공할 계획이다. 농가는 자기 농장에서 나온 계란에 어떤 결함이 많은지 살펴보고 계란을 모으거나 옮기는 과정 등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검사 결과를 다음에 출하할 계란의 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선별포장업체에 설치한 장비로 품질을 평가하고 그 정보를 농가에 돌려주는 구조다. 대당 약 1억2000만원인 장비의 도입비는 축평원이 부담하고 업체는 설치 공간을 제공한다. 공공기관과 유통업체가 갖춘 기반을 통해 여러 농가가 기술의 도움을 받게 되는 셈이다.
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시작됐다. 농협은 경기 화성시 정남농협에서 자율주행 농기계를 활용한 스마트 농작업을 시연하고 농작업 대행 확대에 나섰다. 농기계 구입비 지원과 전문농협 육성, 작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농민이 농기계의 소유자가 되지 않아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작업을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이다.
농기계를 빌려 쓰는 것과 농작업까지 맡기는 것은 도움이 닿는 범위가 다르다. 임대는 기계를 사는 데 드는 부담을 낮춘다. 대행은 직접 장비를 운전하거나 작업 인력을 구해야 하는 부담까지 덜어준다. 고령농에게는 힘에 부치는 작업을 맡길 선택지가, 영농을 시작하는 청년에게는 초기 투자비를 줄일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농업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농기계는 작물과 작업에 따라 집중적으로 쓰는 시기가 다르다. 여러 농가의 작업을 묶어 장비를 운영하면 개별 농가의 구매 부담을 줄이고 활용도를 높일 여지가 생긴다. 수확철처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때를 대비해 예약과 배차, 정비 체계를 함께 갖추면 공동이용의 효과도 커진다. 지역의 농사 사정을 잘 아는 농협과 작업자의 경험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농기계 공유센터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기반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유센터 15곳 조성 계획을 담았다. 기존 농기계임대사업소와 연계해 자율주행 트랙터 등 첨단 농기계를 함께 이용할 여건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농촌에서 함께 쓰고 힘을 보태는 방식은 오래된 지혜다. 바쁜 농사철 서로 일손을 보태던 품앗이부터 농기계 공동이용까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나누며 농사를 이어왔다. 여기에 AI와 데이터가 더해지면 협력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장비를 관리하고 작업 일정을 조율하며 품질정보를 농사에 활용하도록 돕는 일은 기술과 현장을 함께 이해하는 인력의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
농민과 현장 전문가의 경험 역시 이 변화의 밑바탕이다. 평가사가 적용하던 계란의 품질 판정 기준이 AI 학습에 쓰이고, 논의 상태와 작업 시기를 아는 현장 지식은 농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 기술을 통해 이런 경험을 더 많은 농가가 활용할 수 있다면 숙련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농업 AI의 확산은 장비와 사람, 지역의 협력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필요한 때 이용할 수 있는 농기계와 다음 생산에 도움이 되는 품질정보. 농민이 체감할 AI의 모습은 이렇게 구체적이다. 작은 농가도 함께 이용하고 고령농도 도움을 받으며 청년농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때 첨단기술의 쓰임은 넓어진다. 농업 AI가 만들어갈 미래는 더 많은 농민이 덜 고단하게 농사짓는 일상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