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 2월 조기 사임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프랑스 재정위기와 극우 세력의 부상 속에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후임 총재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당초 2027년 10월까지인 임기를 약 9개월 앞당겨 내년 2월 7일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ECB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통화정책 이외의 문제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다”며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편안하지 않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진실이 왜곡되거나 잘못된 설명으로 부정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며 현재 직책에서는 할 수 없는 발언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기 사임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후임 인선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에서 유럽연합(EU)에 비판적인 극우 세력이 집권할 경우 ECB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기 사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후임 후보로는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클라스 크노트와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퇴임 후 라가르드 총재의 거취로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ECB는 이날 예금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지만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사임이 “ECB 통화정책 전망이나 프랑스 관련 위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