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창구 전혀 없다' 45일만에…추미애, 여야정협치위 논의 수용

입력 2026-10-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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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억 고수·중재안 무산 뒤 216억 합의…구성 시점·방식은 빈칸

경기도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치위원회 구성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에서 89억원 복원을 고수하고 의장 중재안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던 도가, 같은 당 도의회 대표의원에게서 "소통의 창구가 전혀 없다"는 말을 들은 지 45일 만에 내놓은 답이다. 다만 협치위원회를 언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꾸릴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2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의결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와 도의회는 이날 막판 합의로 민생예산 216억원을 복원했으며, 도는 29일 남종섭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치위원회 구성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2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의결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와 도의회는 이날 막판 합의로 민생예산 216억원을 복원했으며, 도는 29일 남종섭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치위원회 구성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이날 대변인 서면브리핑에서 "남종섭 의장이 언급한 여·야·정 협치위원회 구성, 운영을 위한 도의회와의 실무 논의에 적극 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도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해온 바 있습니다"라는 설명도 붙였다.

도는 2027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도의회와의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장애인 등 관련 단체의 의견을 실·국 간부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추 지사가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대표단과 재정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브리핑은 남 의장의 공개 제안에 대한 답이다. 남 의장은 28일 취임 100일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도지사와 다수당이 같은 정당이라도 "기관 간 협의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며 "이견을 조정할 공식적인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 갈등을 두고는 "서로의 판단 근거를 사전에 공유하지 못해 논의가 길어졌다"고 짚었다. 제11대 도의회의 여야정협치위원회를 정례협의체의 본보기로 들었다.

'통로'를 요구한 목소리는 9월부터 나왔다. 안광률 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9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소통의 창구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도의회 의장과 함께 추 지사를 만나 추경 전 2주에 한 번씩 당정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정치를 할 거면 중앙무대에서 해야지 왜 지사를 하고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갈등의 출발점은 8월19일 제출된 추경안이다. 도는 기존 사업비 5465억 원을 덜어낸 42조242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냈다. 산후조리비와 보육, 소상공인 지원 예산 복원을 둘러싼 이견 끝에 9월 18일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10월에도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도의회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50개 사업 429억원 복원에 합의했지만, 도는 산후조리비와 어린이집 건강과일, 교통약자 이동지원, 법인택시 처우개선 등 4개 사업 89억원 선을 지켰다. 예결특위가 요구액을 약 200억 원까지 낮춘 조정안도 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에 따르면 남 의장의 중재안도 수용되지 않았고, 민주당은 결렬을 선언했다. 7일로 잡혔던 추 지사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미뤄졌다.

추경은 12일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막판 합의로 처리됐다. 예비비를 깎아 17개 사업 216억원을 되살렸다. 산후조리비 지원 36억원, 소상공인 통큰세일 31억원, 어린이집 처우개선 27억원, 교통약자 이동지원 24억원,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19억원, 법인택시 처우개선 14억원 등이다. 찬성 108표, 반대 20표, 기권 7표로 의결됐다. 남 의장은 "이 대립에는 승자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를 외면한 "꼼수 조정안"이라고 반발했고,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429억 원은 1420만 도민의 최소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절대적 수치”라고 주장했다.

추경이 끝나도 지적은 멈추지 않았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감액 추경 과정에서 시·군, 도의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점을 들어 "목표가 옳다고 해서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도 "소통과 협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추 지사는 "선거 여파로 인한 구조적 공백기였을 뿐 불통이거나 일방적 독주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당 지역조직에서도 같은 요구가 이어졌다. 서영석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당과 도정, 도의회 간 소통에 대해 "정례화하자는 의견을 계속 내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예산 삭감을 두고는 "곳간이 어렵다고 해서 그런 것부터 먼저 삭감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협치위원회가 처음 맞닥뜨릴 무대는 2027년도 본예산이다. 도는 11월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고, 도의회는 12월 심의·의결한다. 도는 내년 가용재원이 예년의 40%대에 그치고, 지방채와 채무성 재원을 최대한 끌어써도 약 1조원이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추 지사는 26일 SNS에서 내년 가용재원이 올해 3조5000억원에서 2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협치위원회의 뼈대는 아직 비어 있다. 29일 브리핑에는 출범 시점과 국민의힘 등 여야의 참여 방식, 회의 주기, 예산 이견을 조정할 절차가 없었다. 도가 진행 중이라는 상임위원회별 본예산 사전협의와 협치위원회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남 의장은 주요 정책과 예산 방향을 정하는 단계부터 집행부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향후에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경기도 국회의원 등과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겠습니다"라며 "소통과 연대를 통해 경기도 재정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경기도민의 삶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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