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의무비율 미확정…중장기 설비투자 불확실성
정책금융 지원 논의 지속…업계 "의무비율 확정돼야 투자 판단"

내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이 의무화되지만 정작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결정할 핵심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안에 확정하기로 한 2030년 의무비율은 여전히 미정이고, 품질기준과 지원책 마련도 지연되고 있다. 전용 생산시설 한 곳에만 1조원가량이 투입되고 건설에 최대 4년이 걸리는 만큼 정부의 정책 지연이 정유업계의 중장기 투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산업통상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에 공급되는 항공유의 1%를 SAF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가 의무 대상이다. 정유사 등이 SAF를 생산하거나 조달해 기존 항공유와 혼합·공급하면 항공사가 이를 급유하는 구조다. 공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되 시행 초기에는 일정 기간 유예할 방침이다. 정부가 추산한 내년 SAF 필요량은 외국 항공사 공급분을 포함해 연간 약 7만1000t(톤)이다.
SAF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유지 등 재생원료를 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항공유다. 일반 항공유보다 가격이 2~3배 높지만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항공업계의 주요 탄소중립 수단으로 꼽힌다.
문제는 의무화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중장기 공급 목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로드맵에서 SAF 의무비율을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확정하기로 한 2030년 의무비율은 10월 말까지도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마련할 예정이었던 바이오항공유 품질기준 역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당장 내년 1% 공급의무는 기존 생산설비와 외부 조달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무비율이 높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존 정유시설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만으로는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생산 수율은 전용시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SAF 7만t(톤)을 생산하려면 연간 70만t의 폐식용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전용 생산시설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AF 전용설비 1기당 약 1조원이 들고 건설에 3~4년이 소요된다며 의무비율의 조기 확정을 촉구했다.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실상 지금부터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30년 의무비율이 3%인지 5%인지에 따라 필요한 생산능력과 투자 규모가 달라진다"며 "정부 목표가 확정되지 않으면 설비 증설은 물론 원료 조달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을 덜어줄 지원책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바이오 기반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투자비 최대 25%, 연구개발비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가 요구하는 정책금융과 원료 구매자금 지원은 구체적인 규모와 시행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의 2~3배에 달하는 만큼 공급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030년 의무비율과 지원방안을 놓고 업계 및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