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 비용 항공사에 전가…폐식용유 원료 비중 80.2%
SAF 원료 85.1% 역외 조달…국내도 공급망 확보 과제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 의무화 첫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높은 생산비용과 해외 원료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SAF 가격은 일반 항공유의 3배에 달했고,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 85% 이상을 역외에서 조달했다. 공급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항공사로 전가되는 가운데 내년 의무화를 앞둔 한국도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와 생산비용 절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발표한 'ReFuelEU 항공 연례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EU 공항에 공급된 SAF의 평균 기준가격은 t(톤)당 1925유로로 일반 항공유(640유로)의 약 3배에 달했다.
EU는 지난해부터 항공유 공급업체에 SAF 최소 2% 공급을 의무화했다. 실제 공급비율은 2.79%로 목표치를 웃돌았으며 공급량은 약 110만t에 달했다. EU는 의무비율을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 목표는 달성했지만 비용 부담은 항공사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5월 EU 연료 공급업체들이 SAF 의무이행 비용을 추가요금 형태로 항공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사에서 일반 항공유 t당 평균 54달러의 추가요금이 부과됐다. IATA는 실제 SAF 가격 차이를 반영한 적정 수준보다 높은 비용이 항공사에 청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료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 역시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EU 공항에 공급된 SAF의 약 86%는 역내에서 생산됐지만 원료의 85.1%는 EU 밖에서 조달됐다. 역외 조달 비중은 2024년 69%에서 16.1%포인트(p) 상승했다. 유럽에서 연료를 생산하더라도 핵심 원료는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원료의 중국 편중이 두드러졌다. EU가 사용한 SAF 원료의 공급국별 비중은 중국이 61%로 압도적이었고 말레이시아(8%), 인도네시아(5%)가 뒤를 이었다. SAF의 80.2%는 폐식용유를 원료로 생산됐다. 폐식용유를 수소처리하는 HEFA 방식은 상용화 수준이 높지만 원료 수거량이 제한적인 데다 바이오디젤 등 다른 연료 생산에도 활용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SAF의 환경적 효과는 확인됐다. EASA는 지난해 SAF 사용으로 연료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약 377만t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 항공유 대비 평균 감축률은 89%에 달했다. 다만 공급 확대가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더라도 높은 비용과 원료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면 장기적인 시장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SAF 공급을 의무화하는 한국도 비슷한 과제에 직면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폐식용유 수거량은 약 30만~34만t이다.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생산 수율을 업계 추정치인 10%로 가정하면 국내 폐식용유 전량을 투입해도 생산량은 최대 3만4000t에 그친다. 정부가 추산한 내년 SAF 필요량 7만1000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과 선박용 바이오연료에도 사용돼 원료 확보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미 해외 주요 생산업체들이 원료 공급망을 선점한 점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부담이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원료가 SAF 단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해외 주요 바이오연료 기업들은 이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해 국내 업체들이 후발주자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는 공급의무 확대에 맞춰 원료 확보와 전용 생산시설 투자가 이뤄지려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의무에 비해 정유사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며 "SAF 생산세액공제를 비롯한 지원책과 의무비율에 맞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