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하원, 엘시시 대통령에 지원 권한 승인
보복 우려에 방공 협력 중심⋯직접 개입은 신중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집트 하원은 26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영토와 주권, 이슬람 성지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 지원안을 승인했다. 해외 전투 임무에 군대를 파견하려면 하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헌법 규정에 따른 절차다. 엘시시 대통령은 앞서 17일 “사우디가 요청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하원의 승인을 요청했다.
이집트는 중동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2월 말 이란전쟁 개전 이후 걸프 국가들의 대이란 반격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집트가 직접 공격받지 않은 데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어진 경제난으로 군사 개입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 휴전 중재 등 외교적 대응을 이어왔다.
그러나 7월 이후 후티를 비롯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집트의 안보와 경제에도 위협이 커졌다. 후티는 7월 홍해를 지나는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홍해를 사이에 두고 사우디와 마주한 이집트는 수에즈운하 통항이 차질을 빚을 경우 주요 외화 수입원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동서 횡단 송유관이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한때 가동이 중단됐다. 후티는 이날도 해당 송유관과 리야드 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걸프 지역의 오일머니에 의존하는 이집트로서는 사우디의 안보 위협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지난달 중순 카이로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엘시시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집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사우디의 군사 협력 요청이 있었다”며 “회담에서 몇 가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그동안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이 8월 체결한 집단방위 협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과거 아랍권의 맹주로 불리며 아랍 국가들의 안보 협력을 주도했지만 이번 사우디 지원이 아랍권의 공동 방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집트 주도로 아랍연맹 22개국은 2015년 최대 4만 명 규모의 아랍 합동군 창설에 합의했으나 상설군 운용과 개입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는 반년 만에 교착됐다.
이집트 내부에서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원 심의 과정에서 사상자 발생 가능성과 군사비 지출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승인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다. 엘시시 대통령은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으로 미사일ㆍ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방공 협력 수준의 지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에는 예멘 군사 개입의 전례도 있다. 1960년대 당시 북예멘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지만 작전이 장기화하면서 부담이 커졌고 약 5년 뒤 철수했다. 이 개입이 아랍권에서 이집트의 위상 약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어 이번에도 깊숙한 개입은 피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