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방소멸 정책 10년의 경고⋯“한국도 인구정책 전면 재설계해야”

입력 2026-10-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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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부재·예산 분산⋯성과 검증 부족”
日 인구종합전략 수립…지역 산업·생활 기반 강화
韓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에도 인구 감소세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일본에서 ‘지방소멸’ 문제를 공론화한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지난 10년간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에 대해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비효율적인 예산 배분을 한계로 지목했다. 한국 역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지방소멸 위험이 심화하면서 기존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다 히로야 일본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는 2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 세미나에서 “그동안 일본 정부의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족했다”며 “부처가 제각각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산 투입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충분한 분석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스다 대표는 2014년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소멸 가능성을 경고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발표한 인물이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은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는 일본의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간 협의체로, 경제계와 노동계, 지방자치단체, 학계 등 약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일본 인구정책의 실패 배경으로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마스다 대표는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자체가 예산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정책이 전개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올해 말까지 새로운 ‘인구종합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새 전략은 저출생 추세 반전과 인구감소 사회에 대응한 경제·사회 구조 재편을 양대 축으로 한다. 향후 30~50년간 인구감소 규모와 출산율 변화, 외국인 인구 비중 등을 시뮬레이션하고 이에 따른 정책 방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유일의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를 주제로 2026년 제3차 인구2.1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국내 유일의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를 주제로 2026년 제3차 인구2.1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지역별 산업 성장 전략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전략은 △대규모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전략 산업 클러스터 △광역지자체 중심의 지역 산업 클러스터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한 향토 산업 성장 등 세 가지 유형이다.

도쿄 일극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부수도(副首都)’ 제도도 추진 중이다. 도쿄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다른 대도시로 분산해 재난 발생 시 국가 기능을 유지하고 지역경제의 성장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마스다 대표는 오사카와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등 4개 도시를 후보로 언급하며 내년 가을께 실제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스다 대표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각 지자체에 나눠주고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지만 지역마다 인구감소 상황이 다른 만큼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역별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생활 기반을 유지하면서 인구감소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실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실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본 지방소멸 10년의 경고, 한국의 미래를 찾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어 ‘지방소멸 2026 정책의 인구 효과’를 발표한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실장은 국내 지방소멸 위험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기존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만으로는 인구 감소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수가 ‘위험’ 또는 ‘심각’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은 71곳으로 지난해보다 8곳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심각 단계는 10곳이다.

이 실장은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핵심 원인으로 청년층, 특히 청년 여성의 수도권 유출을 지목했다. 지방의 전통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수도권에 남는 것보다 수도권으로 이동했을 때 소득 증가율이 남성은 8.8%포인트(p), 여성은 14%p 더 높게 나타난다”며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은 경제적 편익에 기반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2022년부터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인구를 100으로 설정했을 때 올해 6월 인구감소지역의 인구지수는 95.4로 하락했다.

이 실장은 “지역소멸의 핵심은 연결성의 문제로, 지역이 고립돼 있다는 데 있다”며 “부처별로 단절된 사업을 연계하고 중앙정부와 지역이 다층적 거버넌스를 통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이날 일본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와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한일 양국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연구와 인적교류를 구체화하는 등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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