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봇시설 용적률 규제 손질

아파트 단지에 배송·주차로봇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반 단지까지 확산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정부가 로봇 관련 시설의 용적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설치·유지관리 비용 부담이 여전해 단지별 도입 속도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봇이 단지 내에서 승강기 등을 이용해 입주민의 집 앞까지 음식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도 로봇 기술을 공동주택에 접목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에서 배송로봇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경기 시흥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는 주차로봇 실증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3·5구역 재건축 사업에도 배송·주차·안전관리 등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제안했다.
로봇 기술이 아파트 주거서비스로 확대되면서 건축 설계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기고 있다. 로봇 이동 동선뿐 아니라 대기·충전·보관시설, 승강기와 자동문 연동 등 별도 인프라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 종류와 설치 위치에 따라 공간 확보 부담도 달라진다. 주차로봇은 지하주차장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배송·조경 관리 등 생활·유지관리 로봇은 별도의 충전·보관시설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을 지상층에 설치해 용적률 산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차로봇은 지하주차장에 보관할 수 있지만 배송이나 조경 관리 로봇은 지상층에 충전·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용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에서는 2023년~2024년부터 관련 시설을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도 로봇 서비스 도입을 가르는 요인이다. 아직 로봇의 대규모 양산이 이뤄지지 않아 도입 단가가 높은 데다 유지보수 업체와의 계약 등 운영비용도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봇 서비스가 사업성 여력이 있는 고급 단지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장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로봇 관련 서비스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아직 기술 도입 초기 단계로 로봇 가격과 유지관리비 부담이 있어 일반 단지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동로봇 특별법을 통해 로봇 대기·충전·정비시설을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승강기·자동문 등 건축설비와 로봇 간 통신 연동 기준을 마련하고 로봇 친화형 건축설계 가이드라인과 인증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로봇 관련 시설을 설치하면 분양 가능한 면적이 줄어들 수 있어 조합이 사업성 부담을 감수하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구조"라며 "규제가 개선되면 고급 단지가 아니더라도 로봇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규제 완화만으로 로봇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차로봇은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지만 차량 출입이 집중되는 시간대의 대기 문제 등 이용 편의성을 검증해야 한다. 배송로봇 역시 기존 택배 서비스와 비교한 비용 효율성과 유지관리 부담이 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차로봇은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직접 주차하는 자주식 방식이 더 편리할 수 있다"며 "배송로봇도 기존 택배 서비스가 충분히 편리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과 유지관리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 기술이 도입될수록 고장이나 유지보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반 아파트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기술이 안정화되고 실제 주거서비스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