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운드리는 국내서 대응 못 하는 영역 보완"
국산 반도체 9종 적용 차종 선정…양산까지 3~4년 소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기반을 지적하며 국산 반도체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외 파운드리는 국내 업체가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2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Auto Semicon Korea·ASK)'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 수준에 접근했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아직 국내 기반이 미비하다"며 "지난해에도 말씀드렸지만 국산화율이 5% 미만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수익성 문제로 국내 파운드리 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 참여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는 안정적인 장기 수요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모바일 반도체는 제품 주기가 짧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한번 개발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며 "차량 한 모델의 생산 기간이 4~5년이고 두 모델까지 적용할 수도 있어 경기 순환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안정적인 수요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해외 파운드리를 사용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국내 파운드리를 우선 활용하는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며 "해외 파운드리는 국내 업체가 대응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2021~2023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도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 사장은 당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언급하며 유사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출범한 ASK 포럼의 성과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19건의 협업과제를 발굴해 13종의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9종은 현대차·기아와 협의를 거쳐 적용 목표 차종까지 선정했다.
이 사장은 "기존 모바일과 가전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보유한 반도체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며 "올해는 소프트웨어와 설계자산(IP), 시험평가 기업까지 참여하면서 반도체 개발 전주기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포럼 참여 기업·기관도 지난해 27곳에서 올해 53곳으로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의 중장기 기술 수요를 국내 반도체 기업에 전달하고 공동개발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한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도 성과로 꼽았다. 지난해 포럼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의 신뢰성 검증에 필요한 설비가 부족하고 시험·평가 비용도 부담스럽다는 어려움을 제기했다. 이에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특화 공공 시험·평가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측에 따르면 해당 센터는 차량용 반도체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설비와 평가 절차를 구축하는 시설로,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할 때 필요한 시험·평가 기반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전력반도체 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협력도 본격화됐다. 현대모비스와 SK키파운드리 등 10개 기업·기관은 이날 차량용 전력반도체 공정·평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팹리스가 활용할 수 있는 제조·평가 기반을 구축해 개발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다.
국산 반도체의 실제 차량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희현 현대모비스 상무는 반도체 개발과 차량 검증 기간을 고려해 제품별 양산까지 약 3~4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