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안엔 '소득 상위 3%' 주52시간 예외 포함
최기상안, 노동특례 빼고 보조금·세제 지원 담아
외투기업 무급휴일·파견 확대는 두 법안에 유지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에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특구를 조성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초광역특구법’을 하루 간격으로 두 건 발의했다.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제 예외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을 놓고 당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동특례를 포함한 법안과 이를 일부 제외한 법안을 각각 내놓은 것이다. 당 지도부는 두 법안을 병합 심사하면서 노동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노동특례를 뺀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상혁 의원이 전날 낸 같은 이름의 법안에 이은 두 번째 법안이다.
두 법안은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기본 구상은 같다. 기업이 필요한 규제 완화를 선택하는 ‘메뉴판식 규제특례’(박 의원안 기준 320여 개)를 비롯해 특별보조금과 세제 감면 등 40여 개 지원책을 담았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무급휴일을 허용하고 파견근로 범위와 기간을 확대하는 특례도 포함됐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특구에 공급하는 특별선도단지 조성 근거도 마련했다.

두 법안의 차이는 특구 기업이 고소득 전문 인력을 주 52시간 넘게 일하게 하고, 기간제 근로자를 더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노동특례를 담았느냐다. 박 의원 안에서는 관리자·전문가·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인 근로자는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하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다. 일이 몰릴 때 몰아서 일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서 평균 근로시간만 맞추면 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적용 기간(정산기간)은 연구개발 업무 기준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를 쓸 수 있는 기간도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길어진다. 최 의원 안은 이 세 조항과 일부 의료·교육 특례를 뺐다. 주 52시간제 예외는 지난 1월 반도체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쟁점이 돼 제외됐던 사안이다.
법안의 목표는 수도권 쏠림과 지방소멸 위기를 첨단산업의 지방 투자로 푸는 것이다. 규제자유특구 등 기존 제도에서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특례를 한 특구에 묶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그동안 여러 특구 제도가 있었지만 기업이 체감할 만큼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한곳에 모이지 못했다”며 “지방에 과감한 기업투자가 확대되고 이것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인재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법안의 병합 심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광역특구법을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제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본격적인 쟁점 논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개악안이 포함된 법안을 발의했다”며 강력한 저지 투쟁을 예고했다. 노동계의 항의로 노사정 실무협의체 6차 회의도 23일에서 28일로 연기됐다. 반면 경제6단체는 노동특례를 제외한 법안에 대해 “입법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결국 초광역특구법의 입법 성패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노동권 보호 사이에서 어떤 절충안을 마련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법안을 두 개 다 낸 건 공론화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덮어놓고 일방 강행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열어놓고 숙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