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짓고 자녀들이 키웠다…‘곰곰’ 도시락에 담긴 가족의 꿈 [사장님 레벨업]

입력 2026-10-26 0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금성 이에스그린푸드 대표, 반찬 매장서 도시락 제조로
두 딸은 개발·품질관리, 막내는 생산·해외 소통에 힘 보태
쿠팡 전문가의 현장 점검·지원으로 위생·품질 체계 구축

처음부터 사장님인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내 이름을 건 상품을 만들고, 가게 문을 열기까지 저마다 사연이 있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과 고객에게 선택받는 일은 다르다. 혼자 힘으로 넘기 어려운 벽 앞에서 이들은 그 다음 걸음을 고민한다. 기업과의 만남은 그 벽을 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은 브랜드 제품에 유통사 경험이 더해지고 조그만 가게가 전국의 고객을 만난다. ‘사장님 레벨업’은 기업과의 만남을 발판 삼아 사업을 키운 이들의 기록이다. 한계를 넘어 협업으로 새 길을 연 사장님들의 다음 레벨을 따라가 본다.

▲충북 진천 이에스그린푸드 사무실에서 전금성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영인 기자 oin@)
▲충북 진천 이에스그린푸드 사무실에서 전금성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영인 기자 oin@)

반찬과 잔치국수를 팔던 어머니가 냉동 도시락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귀리와 콩을 듬뿍 넣으면서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잡곡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두 딸은 식품공학을 공부해 제품 개발과 위생관리 및 품질 유지에 힘을 보탰고, 막내 아들은 생산관리와 해외 소통을 맡았다.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전문 자회사 CPLB의 ‘곰곰’ 도시락을 만드는 이에스그린푸드의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일정한 품질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작은 임대 공장에서 출발한 가족에게 위생관리부터 포장 표시사항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쿠팡과의 협업은 가족의 손맛을 안정적인 생산 체계로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꾸준한 판매를 발판으로 학교 급식과 군납까지 판로를 넓힌 이에스그린푸드는 이제 비빔밥과 냉동 김밥 등을 앞세워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반찬 매장에서 시작된 도전…“잡곡밥도 부드럽고 맛있게”

최근 본지가 충청북도 진천 공장에서 만난 전금성 이에스그린푸드 대표는 대형마트 안에서 반찬과 잔치국수를 팔던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마트 운영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영업에 차질을 겪었고 원가를 낮추려 작은 소스 공장도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며 “일본 여행에서 건강 상태까지 고려한 도시락을 보며 한국에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건강한 맞춤형 도시락 사업을 구상하던 무렵 쿠팡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간 유통업체로부터 냉동 도시락 납품 제안을 받았다. 이후 곰곰 브랜드 초창기에 쿠팡의 직납 제안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됐다. 수익성 고민이 커지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전 대표는 도시락의 기본인 밥에 집중했다. 잡곡을 충분히 넣으면서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재료에 따라 밥을 찌는 방식을 달리했다. 직원들이 밥 짓는 공정을 제대로 익히도록 석 달간 현장에서 함께했다. 그는 “비결은 정성”이라며 “재료에 맞춰 밥을 찌는 방식과 손이 가는 공정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도 사업에 합류했다. 도시락 공장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큰딸은 식품공학을 다시 공부했고, 둘째 딸도 같은 분야에 뛰어들어 위생과 품질관리를 맡았다. 막내 아들은 생산 현장의 기초부터 배워 생산관리와 사업 전반을 함께하고 있다. 전 대표는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끌어가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녀들이 그런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작은 공장에 찾아온 품질관리 전문가…“자생력 키워줘”

가족의 정성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 여러 원재료를 다루고 수작업이 많은 도시락은 위생과 이물 관리가 특히 중요했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을 직접 보고 설명할 수 없는 만큼 한 번의 불만도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전 대표가 중소 식품 제조업의 어려움으로 인력과 자금, 위생관리를 꼽은 이유다.

쿠팡과의 협업은 이 같은 생산관리 체계를 갖추는 기반이 됐다. 전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동시에 포장과 표시사항, 품질관리 기준까지 챙기기에는 경험도 인력도 부족했다”며 “쿠팡은 저희가 일정한 품질 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문가를 보내줬다. 작은 제조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비용을 들여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서 온 전문가들은 공장의 위생과 품질, 생산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오디트’를 진행했다. 이에스그린푸드도 점검 과정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개선하며 제조 역량을 쌓았다. 전 대표는 “패키지나 표시사항처럼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철저하게 배웠다”며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자생력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문이 늘면서 2021년에는 6611㎡(약 2000평)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전 대표는 현 공장에서 스마트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도입한 순간은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는다. 그는 “음식만 좋아했지 사업하던 사람이 아니니 손해를 보거나 위기도 많았다”며 “다만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사업의 성장인 것 같다. ‘이겨내자’ 하다보니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냈다”고 웃어보였다.

쿠팡에서 발생하는 고정 매출은 위기를 견디는 버팀목이 됐다. 거래업체 파산 등으로 자금난을 겪을 때는 꾸준한 매출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이 더해져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전 대표는 “무엇보다 쿠팡에서 꾸준하게 매출이 발생하니 위기도 넘기고 다른 시장에 도전할 여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 이에스그린푸드 공장 앞에서 전금성 대표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두 딸, 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영인 기자 oin@)
▲충북 진천 이에스그린푸드 공장 앞에서 전금성 대표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두 딸, 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영인 기자 oin@)

급식·군납으로 넓힌 판로…“전 국민이 먹는 건강한 도시락 꿈꿔”

이에스그린푸드는 ‘곰곰 밥 도시락’으로 쿠팡 냉동 도시락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CPLB가 지난해 시작한 우수협력회사 시상식 ‘윈윈 어워즈’에서도 2년 연속 수상했다. 안정적인 판로를 바탕으로 급속 냉동설비를 확보하며 사업을 키웠고 매출도 매년 늘어 올해는 7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늘었다. 냉동 도시락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온라인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좋은 재료와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전 대표는 “온라인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단가 문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도 쿠팡과 소통하며 미세한 조율을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지원도 판매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그는 “중소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갖추기는 역부족”이라며 “제품을 잘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가 있다면 생산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 인력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스그린푸드는 제품군과 판로를 넓히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냉동 김밥과 유부초밥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교 급식과 군납도 시작했다. 이제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비빔밥과 김치볶음밥, 잡채밥 등의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 시장에서는 컵밥과 꼬마 김밥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한국 라면과 함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에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대표가 처음부터 품어온 목표는 ‘전 국민이 먹는 건강한 도시락’이다.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과 가격 경쟁 속에서도 직접 만드는 음식만큼은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결국 제품이 제일 중요하다”며 “제가 만들어 파는 음식은 조금 더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전 국민이 먹는 건강한 도시락을 만들자는 것이 제 마음속 슬로건”이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가상자산 과세 또 미뤄지나…靑, 유예에 무게
  • 국제유가 급등에...항공·해운·車 또 고비용 ‘몸살’
  • '부산 상어' 부캉이, 아직 안 떠났다⋯이틀 연속 포착된 곳은?
  • 11월 제조업 경기 둔화 전망⋯반도체 '독주' 속 車·휴대폰 부진
  • 청년 52.3% “中企 기피 이유는 근무환경·조직문화”
  • 5대 은행 가계대출 이달 2.6조 증가⋯한 달 만에 증가 전환
  • 유럽 전역으로 시위 확산⋯반전 운동부터 연금 항의까지
  • 개미 ETF 순매수, 벌써 작년 두 배…연말 100조 전망
  • 오늘의 상승종목

  • 10.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7,860,000
    • -0.39%
    • 이더리움
    • 3,144,000
    • -0.38%
    • 비트코인 캐시
    • 375,600
    • +0.99%
    • 리플
    • 1,741
    • +0.23%
    • 솔라나
    • 136,100
    • -0.29%
    • 에이다
    • 276
    • -1.08%
    • 트론
    • 443
    • -0.23%
    • 스텔라루멘
    • 226
    • -1.7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170
    • +1.67%
    • 체인링크
    • 15,400
    • -1.09%
    • 샌드박스
    • 64.48
    • -3.75%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Axis Robotics Seed $12M
    • 3 World OTC $52.5M
    • 4 Morpho $175M
  • 인기 프로젝트
    • 1 Orderly Network DeFi 인기지수 345
    • 2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3 Irys 인기지수 293
    • 4 Janction Infra 인기지수 290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44
    • Allora 유통량 89% D-16
    • DAOBase 유통량 43% D-23
    • FLock 유통량 41% D-5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