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할 곳 넘치는데⋯SK하닉, 美 자본시장 활용론 고개 [AI 반도체 자본 경쟁]

입력 2026-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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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첨단 패키징 투자와 고용량 SSD 성장 투자 병행
中 다롄 추가 투자 제약 미국 생산거점 확보 필요성 부상
자체 자금·차입·외부 투자 유치 놓고 자본배분 효율 따져야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 방정식을 고민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동시에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사업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체 자금을 핵심 메모리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솔리다임은 외부 자본을 활용해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사업의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고객들의 성능 요구가 높아지면서 차세대 HBM 생산설비와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가 중요해졌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eSSD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투자 대상도 한층 다양해졌다.

SK하이닉스의 투자 전략에서 핵심은 서로 다른 사업의 자금 수요를 어떻게 충족하느냐다. HBM은 차세대 제품 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솔리다임의 eSSD 사업은 고용량 낸드 생산시설과 저장장치 기술개발, 글로벌 고객사 대응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두 사업 모두 성장성이 높지만 필요한 설비와 투자 회수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솔리다임의 생산 거점 확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해 확보한 기술과 생산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2020년 체결한 인수 계약 금액은 90억달러(약 12조원)이며 중국 다롄 생산시설도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과 확장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허가 문제와 미국 내 낸드 공장 신설 방안을 놓고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은 중국 사업에 집중된 생산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고객사와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공장 건설에는 설비 투자뿐 아니라 인력 확보와 생산 안정화 등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투자 규모와 회수 기간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본 유치·기업공개(IPO) 등 솔리다임의 독자적인 자금 조달이 선택지로 떠올랐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성장 재원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가 보유 현금을 솔리다임에 직접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확보한 재원을 HBM4와 첨단 패키징 등 주력 사업에 배분할 여력도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외부 지분 투자는 상환 부담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거나 솔리다임이 차입을 늘릴 수도 있다. 사모투자 방식으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 역시 가능한 선택지다. 다만 자체 자금은 외부 주주와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지만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을 줄인다. 차입은 지분을 유지하는 대신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동반한다. 업계 관계자는 "HBM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eSSD 시장에서도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자본 배분 전략이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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