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삼성전기의 대규모 공급계약 공시가 비티(BT)기판 공급 부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며 향후 물량 증가와 가격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실적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20일 밝혔다. 전기전자 업종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를 유지하고 최선호주로 대덕전자와 심텍을 제시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기판 산업의 초점이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중심의 ABF기판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삼성전기 공시를 기점으로 BT기판의 쇼티지도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19일 글로벌 메모리 업체와 총 360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계약이 메모리용 볼그리드어레이(BGA)를 중심으로 한 BT기판 공급계약이며 2027년 연간 물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메모리 수요 증가로 메모리 기판 수요가 강해지면서 이례적으로 연간 공급계약이 체결됐다는 분석이다. 해당 물량은 별도의 추가 증설 없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서버용 고부가 BGA 기판 비중이 높은 만큼 기존 BGA보다 평균판매가격(ASP)과 이익률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계약의 핵심 의미를 ‘쇼티지의 확산’으로 봤다. 글로벌 기판 업체들은 수익성과 가격 협상력이 높은 ABF기판 생산능력을 적극적으로 늘려왔지만 BT기판 증설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반면 BT기판의 수요처는 메모리뿐 아니라 일반 서버와 스마트폰, 자동차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규모(TAM)는 커지는 반면 공급능력 증가는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2028년 기준 ABF기판 생산능력은 글로벌 출하량 기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BT기판 증설 폭은 10% 중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BT기판 업체의 가동률도 80% 중반 수준에 달한다. 권 연구원은 “메모리 증설과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BT기판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매우 느리다”며 “2027~2028년에는 자연스럽게 쇼티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이번 계약 역시 고객사가 향후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다른 BT기판 업체에서도 장기공급계약(LTA)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BT기판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출하량 증가와 판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수혜업체로는 심텍과 대덕전자, LG이노텍, 코리아써키트를 꼽았다. 이 가운데 BT기판 매출 노출도가 높은 심텍과 대덕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심텍과 대덕전자의 BT기판 매출 비중은 각각 72%, 84%로 추정됐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와 메모리용 FC-CSP·CSP를, 코리아써키트도 모바일과 메모리용 BT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BT기판 소재 업체에도 수혜가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두산은 메모리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에서 글로벌 점유율 80%를 확보하고 있고 덕산하이메탈은 글로벌 메모리 3사에 솔더볼을 공급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용 본딩와이어를 공급 중이다.
키움증권은 4분기부터 관련 업체의 실적 추정치 상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환율 급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제거되는 가운데 BT기판 판가 인상과 가동률 상승이 동시에 반영될 경우 심텍과 대덕전자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코로나19 당시에도 글로벌 기판 업체들이 ABF기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BT기판 쇼티지가 발생했고 심텍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사례가 있다. 실제로 심텍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5%대에서 2022년 20%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가 공급 부족 완화 이후 급락했다. 키움증권은 이번에도 유사한 가격 상승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글로벌 업체의 수익성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심텍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2.1%에서 2027년 16.8%, 2028년 19.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덕전자도 같은 기간 17.1%에서 20.4%, 21.5%로 높아질 전망이다.
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공급계약은 BT기판의 장기 공급 부족을 고객사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만큼 2028년 이후까지 쇼티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관련 업체는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증가하는 실적 우상향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