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에 판매 제한까지…EU 환경규제에 긴장하는 韓 수출기업

입력 2026-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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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산림규제 연말 적용…타이어 3사 원산지 추적·실사 부담
포장재 규정은 이미 적용…화장품·식품업계 재활용 기준 대응
위반 시 매출액 기준 벌금·판매 제한도…공급망 관리 부담 확대

유럽연합(EU)이 산림 훼손 방지와 포장재 감축을 내세워 환경 무역 장벽을 대폭 높이면서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를 채취한 현지 농장 지리좌표부터 제품 포장재의 화학 성분까지 일일이 입증해야 하고 위반 시 현지 연매출의 4%에 달하는 징벌적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연말부터 적용되는 규제에 타이어와 화장품 식품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18일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이 대기업과 중기업 등을 대상으로 오는 12월 30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EUDR은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 생산된 원재료와 완제품만 EU 역내 유통을 허용하는 제도다. 고무를 비롯해 소·커피·코코아·팜유·대두·목재 등 7개 원재료와 지정 제품이 대상이다.

수출 기업은 원재료 경작지의 위·경도 지리좌표를 확보하고 2020년 말 이후 산림이 농지로 전용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생산국 노동·환경 법률 준수 여부까지 점검해 EU 정보시스템에 실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계에서는 천연고무를 대량 수입해 가공하는 타이어업계가 사정권에 들어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대응책 마련 총력을 쏟고 있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천연고무 원산지 정보 수집체계를 마련했고 금호타이어는 원산지 추적·실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공급업체 계약 정비와 대응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유럽은 국내 타이어업계의 주요 판매시장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2025년 타이어 사업 유럽 매출 비중은 약 43%다. 금호타이어는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유럽 매출액이 1조2776억원으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EUDR 위반 시 제품 압수나 판매 제한, 벌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U는 법인 벌금의 최고한도를 EU 내 연매출액의 최소 4% 이상으로 정하도록 회원국에 요구한다. 다만 실제 벌금이 매출액의 4%로 일률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도 소비재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PPWR은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과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규제다. 8월 12일부터 적용됐으며 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의 포장재가 대상이다. 현재는 식품 접촉 포장재의 특정 과불화화합물(PFAS)과 포장재의 중금속 함량을 제한한다. 기업은 적용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기술문서와 EU 적합성선언서 등도 갖춰야 한다.

이르면 2030년부터는 플라스틱 포장재 종류에 따라 재생원료를 최소 10~35% 사용해야 한다. 일부 포장은 빈 공간 비율도 제한된다. 화장품업계는 용기뿐 아니라 뚜껑·펌프·라벨·상자 등 포장 부품의 소재와 성분 정보를 공급업체에서 확보해야 한다. 한국 딜로이트는 8월 보고서에서 관련 증빙자료와 기술문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PWR 위반 시에도 제품 판매 제한이나 회수 조치가 가능하다. EU 회원국은 2027년 2월까지 벌금 등 구체적인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두 규제는 기업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공급망의 환경정보까지 확인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SG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최근 EU 환경규제는 제품뿐 아니라 원재료 생산 과정과 포장재까지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협력업체의 정보까지 확보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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