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브랜드의 원재료"…정지영 대표, 수원시 협치위원 위촉

입력 2026-10-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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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반 토막서 일군 행궁동 17년… 수원청년상인회장, 협치위원회 합류

대학 시절 넘겨받은 첫 카페의 매출이 반토막 나자 휴학하고 커피를 처음부터 다시 배운 수원 토박이 청년이 있었다. 17년이 지나 행궁동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를 일군 정지영 정지영커피로스터즈 대표가 수원시 협치위원이 됐다. 골목에서 쌓은 경험을 이제 시정 논의에 보탠다.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제4기 수원시 협치위원회 위원들이 12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위촉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지영 정지영커피로스터즈 대표(뒷줄 가운데). (수원특례시)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제4기 수원시 협치위원회 위원들이 12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위촉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지영 정지영커피로스터즈 대표(뒷줄 가운데). (수원특례시)

1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특례시는 12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제4기 수원시 협치위원회 위촉식'을 열었다.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이 정 대표를 비롯한 위촉직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제4기 위원회는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해 30명으로, 8월부터 진행한 시민 공모로 뽑힌 시민 5명과 시민단체 관계자, 분야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 매출 반토막에서 시작한 17년

정 대표는 방화수류정과 장안문, 화홍문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 대학에서 지리를 공부하던 그는 아르바이트하던 수원의 한 카페를 넘겨받았지만, 시설과 메뉴가 그대로였는데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8월 이투데이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커피숍이 잘되는 것만 봤습니다.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고 물을 타면 되는, 쉽게 돈을 버는 장사처럼 보였죠."

정 대표는 학교를 휴학하고 원두와 로스팅, 추출을 처음부터 파고들었다. 매출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2017년에는 행궁동의 옛 자동차 부품 창고를 고쳐 정지영커피로스터즈의 문을 열었다. 거친 콘크리트와 낡은 계단을 살린 공간, 수원화성이 내다보이는 옥상은 외지인의 발길을 원도심으로 불러들였다.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며 ‘WE ARE SUWONER(위 아 수워너)’를 브랜드 문구로 내걸었다.

▲정지영 정지영커피로스터즈 대표가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매장에서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재학 기자)
▲정지영 정지영커피로스터즈 대표가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매장에서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재학 기자)

△ 골목에서 받은 것을 골목에

정 대표가 쌓아온 것은 매장 수보다 지역과의 관계다.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 업체와 거래해 왔으며, 시민구단 수원FC 공식후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4월에는 수원청년상인회장으로 수원시, 지역 대학과 함께 시 대표 캐릭터 '수원이'를 활용한 민관학 상생협약에 참여했다. 시가 캐릭터 지식재산권을 열고 대학생이 상품을 기획하면 청년상인이 매장에서 전시와 판매를 맡는 구조다.

6월 30일에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 조성 시민모금에 100만원을 기탁하고, 커피 원두 마대를 생활용품과 작품으로 되살리는 업사이클링 사업에도 200만원을 후원했다. 동료 청년상인들에게 모금을 알리겠다던 약속은 실제 후속 기부로 이어졌다.

사람을 키우는 일도 놓지 않았다. 커피학원을 10년 넘게 운영했고 대학 평생교육과정에서도 10년째 커피를 가르치고 있다. 지역 고등학교 도제 교육에도 참여해 학생들이 매장에서 커피와 고객 응대를 익히도록 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로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은 자신의 경험이 교육의 출발점이 됐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저에게 수원은 배경보다 브랜드를 만든 원재료에 가깝습니다"라며 "결국 좋은 로컬 브랜드가 많아져야 좋은 동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으로는 지원금보다 판로를 꼽았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유통 현장 등 실제 시장과 연결해 판매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정 대표가 몸담아온 행궁동은 수원시 상생 정책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임대료 상승과 프랜차이즈 진입에 따른 상권 내몰림 우려가 커지자 시는 2026년 1월 행리단길 일원을 전국 최초의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했다. 골목상권 현장을 아는 위원이 합류하면서 소상공인과 청년 상인의 목소리가 정책 논의에 닿을 통로가 하나 더 생겼다.

협치위원회는 기획경제위원회와 문화복지환경위원회, 도시교통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분야별 협치 의제를 논의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한다. 위원들은 위촉식 뒤 시민과 행정 간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협치를 활성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시는 ‘2026년 수원시 협치 실행계획'을 바탕으로 수원형 협치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김현수 제1부시장은 "협치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제4기 협치위원회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시정에 반영하는 소통과 협력의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향을 향한 정 대표의 마음은 한결같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원 행사에는 이상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고향이라서 생기는 애정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첫 카페 문을 열던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한마디로는 "이제 첫걸음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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