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겁먹은' 대한민국

입력 2026-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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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의 발목이 절단됐다. 상응 조치를 공언하던 우리 군은 북한을 향해 사과와 지뢰 제거를 촉구했다. 북한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엄포였다. 군도 미심쩍었는지 북이 제거 안 하면 ‘우리 스스로 하겠다’고 친절히 덧붙였다. 혹여나 ‘가해자’ 북한이 반발할 만한 조치는 싹 뺐다. 군이 ‘겁먹은’ 것이다.

징후는 진작부터 있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지뢰 도발’을 알고도 1년간 쉬쉬했다.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 사고 후 7일 만인 28일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권대원 합참 차장은 “북한군이 인근 지역(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흔적이 2025년 9월 발견됐다”고 했다. 다음 날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작년 9월 어떻게 확인했냐고 묻자 “위성으로 식별했다”고 했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올해 내내 관련 질문엔 ‘모르쇠’로 일관했다. 3월 30일 합참은 “MDL 북측 근접지역 작업이 3월 초 재개됐다”고 밝혔다. MDL 이남 ‘지뢰밭’ 언급은 없었다. 4월 21일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 진행률’을 묻자 “언급이 제한된다”고 했다. 5월 18일 “북한군의 DMZ 일대 지뢰매설이 어느 정도 진행됐나” 질의하자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했다. 7월 23일 “북한이 MDL 인근에 전술도로 설치한 게 위성으로 확인됐는데 국방부 입장은 달라진 게 없나” 캐묻자 “북한의 MDL 일대 작업 동향을 감시하고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사고 발생 불과 1주일 전인 9월 14일에도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지대가 MDL 이남 일부 사단 경계구역에만 최소 6곳이 맞냐”고 묻자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혹여나 적의 도발이 알려질까 감추기 급급했던 것이다.

우리 군이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한반도 내륙의 군사분계선(MDL)과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피로써 지켜왔다. 군 출신들은 북한군이 우리 땅에 지뢰를 심도록 내버려둔 이번 사건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누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우리 군을 겁쟁이로 만들었나. 사고 직후부터 정부와 여당은 문제삼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북한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 국민 건드리면 패가망신’ 운운하던 결기는커녕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가해자를 ‘배려’했다. 여당 국방위원장은 북의 살상용 지뢰 매설을 두고 ‘고의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가해자 의도까지 고민해줬다. 혹여나 북한의 심기를 거스를까 ‘겁먹은’ 정치가 우리 군을 ‘눈뜬장님’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겁먹은’ 건 국민도 마찬가지다. ‘북이 지뢰 심는 동안 우리 군은 뭐했냐’는 지적에 “전쟁을 하자는 말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진리다.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일부 정치권의 도그마가 국민의 안보 의식을 흐려놨다.

북한은 ‘겁먹은’ 대한민국 땅에 유유히 지뢰 수백 발을 심고,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쏴대면서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군사정책과 주민지원은 다르다며 의료장비 지원을 만지작거리고, 혹여나 북한에 해가 될까 노심초사한다. 선의에 기댄 채 계속된 도발에도 양보만 하면서 이용당하는 걸 우리는 ‘호구’라 부른다. ‘겁먹은 호구’를 존중할 상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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