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도 AI로 만든다”…빅파마·바이오텍, 커지는 R&D 격차[AI 新계급사회]

입력 2026-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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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으면 신약개발 경쟁서 뒤처지고 경쟁력 약화

AI 신약개발 제휴 계약액 1년 새 약 111억에서 297억달러로 급증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AI가 신약개발 과정 전 주기에 파고들면서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가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소 바이오벤처와의 R&D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AI를 신약개발의 보조수단을 넘어 핵심 R&D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타깃 발굴과 분자 설계, 후보물질 최적화는 물론 임상시험기관 선정과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활용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AI 신약개발을 둘러싼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네이처가 발행하는 바이오·제약 산업 전문 간행물 ‘바이오파마 딜메이커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AI 기반 타깃·신약발굴 관련 거래는 120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이후 체결된 관련 거래 513건의 23%가 10개월 사이 이뤄졌다.

총 잠재 계약액은 2024년 111억달러(약 14조9200억원)에서 지난해 297억달러(약 39조9200억원)로 약 2.7배 증가했다. 개발·허가 등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한 금액이지만 실제 지급되는 선급금도 같은 기간 2억달러에서 약 8억달러로 4배 늘었다.

글로벌 빅파마는 외부 AI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인프라 확보에도 나섰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울트라 그래픽처리장치(GPU) 1016개를 탑재한 AI 슈퍼컴퓨터 ‘릴리팟’을 가동했다. 약 100개 바이오텍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협업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AI는 실제 R&D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노바티스는 1만4000명이 참여하는 심혈관질환 임상시험에서 AI를 활용해 통상 4~6주가 필요했던 시험기관 선정 과정을 크게 단축했다. GSK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후기 천식 임상시험에서 약 800만파운드의 비용을 줄였다.

문제는 같은 AI를 사용한다고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학술지 ‘소셜 사이언스 앤 메디슨’ 2026년 1월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자원이 풍부한 연구기관은 AI 등 디지털 기술 도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중소기업은 인프라와 전문인력, 규제 대응 등에서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바이오벤처도 AI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클라우드와 외부 AI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체 데이터센터 없이 대규모 가상 스크리닝과 분자설계에 접근할 수 있다. AI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이 빅파마와 대형 기술제휴를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후보물질을 찾은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AI가 유망한 물질을 찾아내더라도 실제 효능을 실험으로 검증하고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허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데이터를 모으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데이터와 자금이 있는 회사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며 “일라이 릴리와 엔비디아처럼 자본과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로 약물을 스크리닝해 후보물질을 찾아도 실제로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남는다”며 “AI가 찾아낸 후보물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구실 비용도 크기 때문에 AI를 쓰면 무조건 빠르고 경제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약개발 후반부로 갈수록 자본력의 중요성이 다시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찾은 이후에는 결국 임상에서 돈 싸움이 된다”며 “우리나라는 임상데이터와 건강보험 데이터, 병원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찾아 라이선스아웃하는 형태의 생태계가 중심이다. 신약개발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자금력 싸움으로 간다면 국내 산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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