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진보 다수 필요”⋯지지층 결집 호소
여론조사선 국민당ㆍ극우 복스 연정 유력
패배 땐 유럽 좌파 정부 또 퇴장 가능성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국민의 지지를 새롭게 얻어야 한다며 조기총선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기득권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진전을 이루며 스페인의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의회에서 훨씬 더 큰 진보 다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수와 공약 이행 부족도 인정했다. 그는 “우리를 지지했던 사회적 다수의 일부가 오늘날 불만을 느낀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조기총선 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주 정부의 주요 주택정책 관련 법령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대응책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2일 우파 의원들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택난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에 이어 추가 시위도 예고됐다.
산체스 총리는 자신의 주택정책을 앞세워 진보 유권자들을 결집하려 한다. 핵심은 취약계층의 강제퇴거를 막고 임대계약을 안정시키며 투기ㆍ단기임대를 규제하는 대책이다. 컨설팅업체 프리마켓코퍼레이트인텔리전스의 로렌소 베르날도 데 키로스 대표는 “주거정책이 산체스 총리에게 이민 문제와 부패 의혹에서 관심을 돌릴 드문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기회의 창이 열린 시점”이라며 “빨리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다른 현안들이 다시 중심에 설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집권 사회당이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선거를 앞당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성향 국민당(PP)이 극우 정당 복스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이 경우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자의 사망 이후 민주주의가 복원된 이래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중앙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 산체스 총리의 패배는 극우 세력이 약진하는 유럽에서 몇 안 남은 좌파 성향 정부의 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산체스 총리는 2018년 집권 이후 취약한 의회 기반 속에서도 다양한 정당의 지지를 엮어 정권을 유지했다. 2023년에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카탈루냐 독립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사면을 약속하며 의회 내 지지를 확보했다. 다만 이 조치는 스페인의 통합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협력 정당들의 분열로 입법 성과가 제한됐고 2023년 이후 새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스페인 경제가 선진국 가운데 양호한 성과를 이어갔지만 사회당 고위 인사들의 부패 의혹까지 겹치며 정치적 입지는 약해졌다.
산체스 총리는 국제무대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다자주의 옹호, 이민 수용 등 진보적 정책을 강조해 왔다. 미국이 주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요구에 반대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마찰을 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