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新격차…기업은 ‘토큰 비용’, 개인은 ‘경험’이 가른다 [AI 신계급사회]

입력 2026-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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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국가AI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

▲유재연 한양대 교수. (사진제공=유재연)
▲유재연 한양대 교수. (사진제공=유재연)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인 AI가 새로운 생산성 격차를 만드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자체 AI 모델이 없는 기업은 AI를 활용할수록 토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AI를 보다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재연 국가AI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 겸임교수)은 AI 시대 새로운 격차를 만드는 요인으로 ‘토큰 이코노미’에 주목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해 토큰을 가져다 쓰는 구조”라며 “자체 AI 모델이 있는 회사와 외부 모델을 빌려 쓰는 중소기업·스타트업 간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산업에서는 고객이 늘어나고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 비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이같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게 유 분과장의 진단이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뿐 아니라 이를 계속 사용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제공=봉강호)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제공=봉강호)

기업 간 AI 격차는 개인의 일자리와 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기업·사람이 이에 적응하는 속도 차이가 AI 격차의 핵심 원인”이라며 “자원과 전문인력을 갖춘 기업은 빠르게 AI를 실험하고 AI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일상 업무와 기존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봉 연구원은 AI 전환 과정에서 사람이 경험을 쌓아 숙련인력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AI로 초급 인력의 채용이나 업무가 줄어들면 청년들은 경력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고 기존 근로자 역시 역량과 경험을 고도화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이는 기업과 산업의 숙련인력 부족과 청년 취업·고용 불안을 동시에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격차가 장기화하면 개인을 넘어 기업과 지역의 성장 기반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청년은 경험이 부족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다시 경험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봉 연구원은 “일자리 부족이 인재 부족으로, 다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개인의 소득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격차까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격차가 ‘신계급’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뒤처진 기업과 개인이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 정책연구실장. (사진제공=노민선)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 정책연구실장. (사진제공=노민선)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중소기업이 AX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장벽이 자금 부족”이라며 “AI 인프라나 구독 비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AI 솔루션이나 유료 서비스 구독료 바우처 지원 요건을 간소화해 실질적인 도입 비용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AI 격차를 기술력의 차이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결국 근로자 개인의 AI 활용 역량이 이런 격차의 핵심 요인”이라며 “맞춤형 예산 지원, 교육 인프라 그리고 제도적 안전망이 유기적으로 결합됐을 때 중소기업도 성공적인 AX를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사용할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를 쓰는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유재연 분과장은 “기업 간 격차를 줄이려면 결국 쓰는 돈을 줄여야 한다”며 “적은 입력과 추론 과정으로도 높은 성능을 내는 최적화 모델을 개발하고 온디바이스·엣지 AI를 확산해 컴퓨팅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델을 공급하는 기업이 늘어나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봤다.

개인에게는 새로운 역량을 쌓고 더 나은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봉 연구원은 “정책은 출발점의 차이를 보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재의 여건이나 위치가 새로운 도전을 제한하지 않도록 기회와 안전망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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