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유네스코 협의 남고 염창공원 설명회 무산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신규 택지와 기존 사업지 확대 등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용산과 과천 등 주요 사업지마다 계획대로 착공하기까지 쉽지 않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착공을 추진하는 데 더해 8·13 대책에서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공공택지는 관련 절차를 병행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최단 37개월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착공 시기를 앞당기려는 주요 사업지 상당수가 선행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국제업무지구다. 정부는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해 2028년 말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국제업무 기능과 교통·학교 등 기반시설 여건을 고려하면 최대 8000가구가 적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공급 규모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이를 개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9800가구 공급이 예정된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는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과천시민대표 33명은 지난달 17일 과천시청에서 입장문을 내고 시민 동의 없는 주택 공급과 경마공원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과천과천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도로와 대중교통, 학교·생활시설 확충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천시 역시 8월 정부 대책 발표 직후 교통과 생활 인프라 포화를 이유로 사업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6800가구를 공급하는 태릉골프장(CC)는 세계유산 관련 협의가 남아 있다. 태릉·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에 포함돼 있어 개발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유산위원회는 8월 세계유산영향평가서를 조건부 가결했고 보완된 평가서는 이후 유네스코에 제출됐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검토와 회신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통난과 문화유산 보존 등을 둘러싼 주민 우려도 풀어야 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지난달 18일 태릉CC 현장을 찾아 교통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할 것을 관계기관에 주문했다.
정부가 8·13 대책에서 서울의 유일한 신규 공공택지로 내놓은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도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이곳에 1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2029년 착공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주민설명회는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공원 훼손과 교통난 등을 우려하며 택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주민 반발이 거세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반발하면 해당 지역 구청장이나 국회의원 등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태릉CC 역시 오랜 기간 사업이 진전되지 못했던 배경에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