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계 “식량주권 포기” 반발…어업용 면세유도 쟁점 [CPTPP 가입 속도]

입력 2026-09-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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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수산 75개 단체 공동 대응…10월 대규모 집회 예고
사과·배 검역부터 축산물 추가 개방까지 생산기반 위축 우려
어업계는 수입 경쟁·유류비 부담 걱정…해수부 29일 간담회

▲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에 농어업계가 식량주권과 생존권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수산 분야 75개 단체가 가입 저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선 가운데 어업계에서는 수산물 시장 개방에 더해 어업용 면세유 지원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가입에 따른 농림수산업 생산 감소액을 연평균 8500억원대로 추산하면서 피해 보완 대책이 가입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8일 관계부처가 공개한 CPTPP 가입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은 농업 7100억원, 수산업 817억원, 임업 606억원 등 총 8523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경제분석 모형에 따른 잠정 전망치로 실제 영향은 향후 가입 협상이 진행될 경우 품목별 개방 수준과 국내외 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농어업계는 이미 공동 대응 체제를 꾸렸다. 농림축수산 분야 75개 단체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가입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한우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등 생산자 단체들이 참여했으며 10월 15일 대규모 반대 집회도 예고했다.

반발의 중심에는 추가 시장 개방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약해지면 먹거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는 지난달 6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농업을 말살하고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농어업계는 2022년 4월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가입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고 단체장들이 삭발에 나서는 등 반발한 바 있다.

품목별로는 축산물의 추가 개방과 과수 검역 문제가 주요 쟁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호주산 쇠고기, 멕시코산 쇠고기·돼지고기, 캐나다산 돼지고기·닭고기, 뉴질랜드산 전지분유 등의 수입 증가가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렌지와 포도 수입이 늘면 국내 감귤·포도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사과·배 등 과수는 관세뿐 아니라 수입 허용을 위한 검역 절차가 변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CPTPP 위생·검역 규범 분석에서는 가입 시 수출국들이 지역이나 개별 생산시설 단위로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계로서는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과 함께 검역을 둘러싼 개방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협정 가입만으로 해당 품목의 수입이 자동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수산업에서는 어류·갑각류 등의 수입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2022년 정부 공청회에서 제시된 영향분석에서도 일본·베트남 등으로부터 어류와 갑각류 수입이 늘어 국내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에 공개된 잠정 분석 보도자료에는 수산업 전체의 생산 감소액이 제시됐지만 세부 품목별 피해액은 담기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기존 CPTPP 가입국의 수산물 평균 개방률은 품목 수 기준 99.4%다. 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평균 수산물 개방률 87.8%보다 11.6%포인트(p) 높다. 기존 FTA에서 보호해온 품목까지 추가 개방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어업계의 우려다. 이 수치는 기존 가입국의 개방 수준으로 한국의 가입 조건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업용 면세유도 민감한 문제다. 어업계는 수산 보조금 규율에 따라 면세유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조업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입 수산물과의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CPTPP는 남획 상태의 어족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보조금 등을 금지한다. 면세유 지원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기서 비롯되지만 가입 즉시 모든 어업용 면세유 지원이 폐지되는 것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 역시 어업계가 가입 검토 과정에서 제기하는 주요 우려 사항이다.

정부는 가입 여부를 미리 정하지 않고 현장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29일 부산 해수부 청사에서 수협중앙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어민회총연맹 등 주요 단체가 참석하는 어업인 간담회를 연다. 시장 개방 피해와 면세유 등 수산 보조금 제한 가능성,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우려를 논의하고 10월부터는 전국 5개 권역으로 간담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관건은 이 같은 의견 수렴이 농어가의 피해를 줄이고 국내 생산기반을 지킬 구체적인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업 피해는 당장의 생산 감소액만으로 따질 수 없고, 한번 무너진 생산기반은 되살리기도 어렵다”며 “품목별 피해와 농가 소득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공개하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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