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로비에 막힌 양자 FTA…'CPTPP'가 현실적 관세 해소 대안
농어업계 우려 속 라면·만두 등 'K-푸드' 북미 수출 반사이익 기대

우리나라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멕시코의 높은 관세 장벽에 가로막혔던 국내 자동차·철강·가전 업계의 북미 시장 진출 활로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문 가운데 다자 무역 협정을 통해 관세 부담을 우회적으로 덜어내고 현지 공급망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정부가 공개한 'CPTPP 가입 관련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를 보면 역내 공급망 참여 확대와 관세 인하 효과에 힘입어 제조업 기반의 생산 파급효과는 15년간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기반 생산 증가분도 1조1000억~1조2000억원에 달해 산업계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수혜가 예상된다.
이러한 제조업 파급효과를 이끌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북미 공급망의 핵심 전초기지로 꼽히는 '멕시코' 시장의 개방이다. 현재 12개 CPTPP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는 다자와 양자 모두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국가다.
앞서 올해 1월 멕시코 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우회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을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한국을 포함한 비(非)FTA 체결국을 대상으로 철강 및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의 수입 관세를 최대 50%까지 대폭 인상했다.
이로 인해 멕시코를 거쳐 북미 시장으로 향하려던 국내 철강, 자동차 부품, 가전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고관세 부담을 안게 되면서 현지 가격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당국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멕시코와의 양자 FTA 체결을 지속적으로 타진해 왔다. 하지만 일찌감치 멕시코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고 무관세 혜택을 독점 중인 일본 기업들이 자국의 공급망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과의 협상을 견제하는 기류가 맞물리면서, 양자 간 논의는 사실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회사들이 멕시코 공급망을 선점하고 현지 로비를 펼치면서 양자 FTA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멕시코의 관세 장벽을 낮출 유일한 대안은 CPTPP 가입뿐"이라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같은 회원국인 멕시코와 자동으로 FTA를 체결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 철폐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일본의 강력한 견제를 우회하면서 현지에 적용되는 고율의 수입 관세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성공적인 CPTPP 가입과 멕시코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수입 개방 확대에 따른 국내 농어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회 보고 등 험난한 내부 보완 대책 마련의 관문을 지혜롭게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반면 시장 개방이 농식품 분야에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수출 업계는 멕시코와 캐나다 등 거대 북미 시장의 관세 문턱이 낮아지면, 최근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 소스류, 냉동 만두 등 'K-푸드' 가공식품의 현지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 우리 농산물 수요를 견인하는 긍정적인 반사이익도 뒤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