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조 수주잔고의 역설…건설업, ‘장부상 일감’보다 ‘돈 되는 현장’ 골라라

입력 2026-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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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타證 “잔고 75%가 2027년 준공되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최우선…삼성E&A·삼성물산 톱픽”
원전 대장 현대건설 ‘관심주’로…“45조 파이프라인 매력적이나 본계약·현금흐름 확인 필요”
유진證 “발전 지연 속 데이터센터는 착공 임박…메가 캠퍼스화로 DL이앤씨·GS건설 부각”

(출처=유안타증권)
(출처=유안타증권)

상반기 원자력발전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기대감으로 130% 넘게 폭등했던 건설업종이 실적 검증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시선이 ‘단순 수주 규모’에서 ‘실제 현금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잔고가 200조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2027년까지 돈이 되는 일감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집중돼 있다며, 회전율과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7개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삼성E&A·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IPARK현대산업개발)의 공개 계약잔액 203조9800억원 가운데 2027년 말까지 준공될 예정인 물량은 21.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부문은 계약잔액 17조200억원 중 무려 74.9%(12조7500억원)가 2027년 말까지 준공될 예정으로 실적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김도엽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KRX건설지수가 고점까지 136.8% 상승하며 기대를 선반영했으나 이익 추정치는 따라오지 못했다”며 “이제 확인할 것은 새로운 테마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수주가 언제 매출과 이익이 되고, 현금으로 들어오는가(돈이 되는 현장인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 재평가를 가르는 4대 조건으로 △영업이익의 현금 전환(영업활동현금흐름 회수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감내력 △수주잔고의 매출화 속도(회전연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지속성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유안타증권은 최선호주로 삼성E&A를 꼽았다. 국내 주택 사업 노출이 없어 PF 우발채무가 사실상 ‘제로(0)’인 데다, 2026~2028년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 회수율이 90%에 달하고 수주잔고 회전연수도 2.1년으로 업계에서 가장 짧아서다. 차선호주로는 삼성물산을 추천했다. 상반기 하이테크 신규 수주 6조4000억원을 조기 달성한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잔고의 85.3%가 2027년까지 준공되며, PF 우발채무 비율도 대형사 중 가장 낮아 압도적인 재무 방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원전 대장주로 꼽히던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선호도 우선순위에서는 ‘관심주’로 분류하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 대형원전 4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 홀텍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등 총 600억달러(현대건설 몫 약 300억달러, 한화 약 45조원)에 달하는 독보적인 원전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원전은 공사 기간이 8~12년으로 길어 단기 이익 기여가 제한적이고, 현재 상당수 프로젝트가 본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2~2025년 4년 연속 음수(-)를 기록해 본계약 체결과 착공, 그리고 현금흐름의 반전이 확인되는 시점에 포지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가 건설업종의 핵심 단기 모멘텀으로 급부상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형 발전 플랜트 프로젝트들이 EPC 본계약까지 지연을 겪는 사이, 인허가와 전력망을 확보한 AI 데이터센터는 가시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수십 MW급 단일 프로젝트에 그쳤던 데이터센터가 최근에는 초기 수십 MW 착공 후 수백 MW에서 기가와트(GW)급 메가 캠퍼스로 확장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초기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동일 사업지 내 후속 대규모 연계 수주로 직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DL이앤씨는 300MW급 충남 당진 송산 AI 데이터센터 중 A동(100MW)의 조달·시공(PCS)을 진행하며 전체 캠퍼스 독식 기대를 높이고 있고, GS건설은 그룹이 추진하는 강원 동해 AI 데이터센터(1.2GW) 중 100MW의 연내 착공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 역시 포항 AI 데이터센터(300MW) 1단계(40MW)를 시공하고 있다. 류 연구원은 “기존 매출 대비 데이터센터 수주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DL이앤씨를 업종 최선호주, GS건설을 차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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