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구완 3년이면 효자 없다”는 옛말이 무색하다.
10년이 넘도록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곁을 지킨 아내, 7년째 사지마비 어머니를 돌보는 딸, 유학 중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딸을 8년 가까이 보살피는 부모.
추석을 앞두고 긴 시간 병상에 누운 가족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부산 온요양병원(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추석을 맞아 장기간 입원한 환자를 정성껏 돌봐온 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해 특별한 시상 자리를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병원 15층에서 열리는 ‘온요양 어르신 노래자랑 한마당’과 함께 진행된다.
수상자는 오랜 간병의 시간을 견뎌온 가족들이다. 병원은 이들에게 각각 ‘열부상’, ‘효녀상’, ‘좋은 부모상’을 수여한다.
‘열부상’을 받는 김옥선(74) 씨에게 지난 10년은 남편과 함께 버텨온 시간이었다.
남편 양대모(76) 씨는 2013년 9월 신소재 개발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쓰러진 뒤 뇌내출혈과 강직성 사지마비, 혈관성 치매를 앓게 됐다.
해운대백병원 등 여러 병원을 거쳐 2019년 9월 온요양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김 씨는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김 씨가 남편의 일상을 세심하게 살피며 오랜 시간 간병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요양병원 주미선 간호과장은 “활기찬 사모님의 모습을 뵈면 남편분의 건강했던 옛모습을 떠올리게 된다”며 “안정적인 케어와 아내의 지극정성 덕분에 환자가 잘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효녀상’의 주인공은 양효순(59) 씨다.
양 씨는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 박묘임(86) 씨를 대학병원과 재활병원을 거쳐 같은 해 8월 온요양병원으로 모신 뒤 7년째 곁을 지키고 있다.
병동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주변 환자들도 세심하게 챙기면서 병원에서는 양 씨를 ‘우리 딸’이라고 부를 정도다.
양 씨는 “온요양병원의 적극적인 재활치료 덕분에 몸과 마음이 든든하다”며 “집과 가까워 가족들이 자주 찾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상’을 받는 주하동(82)·허정숙(77) 부부의 시간도 길었다.
이들의 딸 주윤영(55) 씨는 박사 연구 과정으로 유학하던 중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경추 6·7번 손상과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부부는 딸이 사고를 당한 뒤 8년 가까이 곁을 지켜왔다. 2021년 1월 온요양병원으로 전원한 뒤에도 딸을 돌보는 일은 부부의 일상이 됐다.
긴 간병의 시간 속에서 속상하고 지칠 때도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딸을 돌보고 있다.
가족들은 “병원 시설과 의료진의 성실한 진료뿐 아니라 병원 내 누가교회의 예배와 설교 등이 너무 좋아 장기 입원 중에도 큰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헌 온요양병원 원장은 “병 구완의 긴 터널을 홀로 묵묵히 버텨내는 가족들의 헌신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하다”며 “추석을 맞아 마련한 작은 상과 잔치가 어르신들과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절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절은 오랜 병상 곁을 지키며 또 하루를 견디는 시간일 수도 있다.
10년, 7년, 8년.
이번 추석 온요양병원이 이들에게 건넨 것은 크지 않은 상장 하나와 작은 잔치였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을 함께 견뎌온 가족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의 마음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