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금융 아우른 한국 농협 경험 공유…각국 여건 맞춘 상호협력 추진
서울 선언문 7대 의제 실행에 무게…농식품 교역·인재육성·공동사업 확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농촌 고령화라는 공동 과제 앞에서 한국 농협이 국제 농업협동조합의 협력을 넓힌다. 생산과 유통, 금융과 교육을 연결해 온 경험을 각국과 공유하고, 농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과 사업을 함께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으로 재선출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35개국 회원기관을 잇는 협력을 바탕으로 ‘농심천심’을 세계 농업인이 공유하는 가치로 확산하는 데 나선다.
21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달 14일(현지시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ICAO 총회에서 회장으로 재선출돼 4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 세계 농업협동조합을 대표해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이사로도 재선임됐다. 기존 ICA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ICA-AP) 이사직을 포함해 국제 협동조합 무대에서 세 직책을 계속 수행한다.
새 임기에서 농협이 제시한 방향은 국제 네트워크를 회원기관 간 경제협력과 농식품 교역, 인재육성, 지역별 공동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해 채택한 ‘ICAO 서울 선언문’의 공동 목표를 각국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1951년 창설된 ICAO는 ICA 산하 농업분과기구다. 현재 35개국 45개 농업협동조합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농협은 1998년부터 의장기관을 맡아왔다. 강 회장은 2024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ICAO 회장에 처음 취임한 뒤 ICA와 ICA-AP 이사를 함께 맡아왔다.
세 직책은 활동 범위와 역할이 다르다. ICAO 회장은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농업인 권익 향상 등 농업협동조합의 공동 과제를 이끈다. ICA 이사는 산업과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협동조합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ICA-AP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동조합 간 교류와 협력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농협은 이 세 역할을 연결해 농업 현장의 요구가 국제 협동조합의 전략에 반영되고, 국제 협동조합 무대에서 합의한 방향이 지역별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ICAO에서 논의한 농업 의제를 ICA의 의사결정에 전달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태지역 등에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아태지역은 국가별 농업 여건과 기술 수준이 다른 가운데 기후재난과 생산성 격차, 농촌 고령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농업인의 협상력을 높이고 생산·유통의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통 수요를 바탕으로 각국 협동조합의 경험을 연결할 여지가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2024년 취임 이후 회원기관 간 경제협력과 한국 농협의 발전 경험 공유, 대륙별 공동 프로젝트,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왔다. 새 임기에는 회원기관이 필요한 정보와 협력 상대를 찾을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의 상시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협력의 주요 자산은 농업인의 생산과 판매, 자금 조달과 교육을 함께 지원하는 한국 농협의 사업 구조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유통·판매에 이르는 과정에 금융과 교육을 연결해 농업·농촌을 뒷받침해 온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협력 방향을 보여준 자리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ICAO 총회였다. 27개국 44명의 농업협동조합 대표가 참석해 세계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식량안보 강화, 기후위기 대응, 청년·여성 농업인 육성, 농업가치 확산, 농업인 권익보호, 첨단 농업기술 도입, 협동조합 간 연대 강화 등 7대 의제를 담았다. 각국의 농업 여건이 달라도 함께 대응할 과제와 협력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은 농협의 경제·금융 사업장과 지역 농협을 방문했다. 농업인의 생산을 지원하고 농산물 유통과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 금융과 교육을 통해 농촌의 기반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현장에서 살폈다. 한국 농협의 사업 경험을 각국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사례로 공유한 셈이다.
농협이 제시한 협력 방식은 국가별 제도와 산업구조, 농업인의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 농협의 생산지원·유통·금융·교육 경험을 공유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혁신 사례도 국내 농업과 농협 사업에 접목하는 상호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회원기관 대표단의 한국 농협 연수와 글로벌 리더 역량강화 사업을 이어가고, 농식품 교역과 경제협력, 지역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각국 협동조합이 축적한 경험을 나누고 필요한 사업 상대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 회장이 새 임기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농심천심(農心天心)’이다. 농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의 땀과 헌신을 존중하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지키자는 취지를 담았다.
농협은 이를 세계 농업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업의 가치를 알리자는 서울 선언문의 방향과 연결해 국제협력의 출발점을 농업인의 필요에 두겠다는 것이다.
새 임기의 실행 과제도 여기에 맞춰졌다. 회원기관 간 경제협력과 농식품 교역 기반을 강화하고, 대륙별 현안에 맞춘 공동 프로젝트를 구체화한다. 청년과 여성, 차세대 협동조합 리더를 위한 인재육성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선언문의 7대 의제를 회원기관별 사업과 대륙별 프로젝트에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사업 성과와 우수사례를 회원기관 전체가 공유해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실행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협업 기반은 회원기관의 정보와 자원을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ICA와 ICA-AP의 국제·지역 네트워크를 연계해 농업 현안이 더 넓은 협동조합 정책 논의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세계 농업협동조합의 공동 의제를 세우는 역할과 각 지역에서 사업을 실행하는 역할을 연결하는 것이 세 국제직을 함께 맡은 강 회장의 새 임기 과제다.
강 회장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등 세계 농업이 마주한 위기 앞에서 협동조합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서울 선언문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농업협동조합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인이 존중받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