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윤리강령 위반’ 3배 늘어⋯차명거래·금품 수수에도 솜방망이

입력 2026-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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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DB증권 리서치 부서 직원은 2023년 자신이 분석·추천하는 종목을 차명계좌로 미리 사들인 뒤, 보고서 발표 후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겼다.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메리츠증권 직원은 2024년 배우자 명의로 초등학교 동창과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벌였다. 직원 자격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했고, 중간배당 2억5000만원과 급여까지 챙겼지만, 징계는 4개월 '감봉'에 그쳤다.

#교보증권의 리테일 부서장은 2024년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경제방송에서 추천했다. 방송 당일 자신이 보유한 주식 2000만원을 매도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고' 조치를 받았다.

증권사 임직원의 차명·미신고 주식거래와 금품수수 등 윤리강령 위반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비위에도 연달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본지가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내 증권사 임직원 윤리강령 위반 및 조치 현황'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를 기준으로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확인된 윤리강령 위반 사례는 모두 16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2016년~2022년 1분기, 연평균 15.7건) 대비 최근(2023년 이후 연평균 45.8건) 약 3배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직장 내 괴롭힘 33건 △복무규정 위반 25건 △성비위 24건 △미신고 자기매매 18건 △사익추구 12건 △고객과의 금전거래 10건 △금품수수 5건 등으로 집계됐다.

증시 호황을 틈타 차명 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임직원이 다수 적발됐다. 2023년에는 하나증권 직원 7명이 신고 없이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 경고 처분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직원 두 사람은 배우자 명의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해 각각 정직과 경고 처분을 받았다.

교보증권 운용 부서 직원은 2022년부터 약 1년에 걸쳐 본인 휴대전화로 모친 명의 계좌를 이용해 36억7277만원어치 주식을 거래했다. 거래 횟수가 총 1177회에 달했지만 처분은 견책에 그쳤다.

고객을 상대로 사적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증권 리테일 부서 직원은 2023년 직원전용 특별예금·우리사주 투자를 명목으로 고객 자금을 본인 계좌로 받은 뒤 상환일에 연락을 끊었다. 이듬해에는 다른 직원이 월 5~10% 수익 보장을 미끼로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받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 모두 면직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직원은 2018년 고금리를 보장한다며 불법 사금융을 벌여 지인과 관리 고객 14명으로부터 본인 명의 계좌로 40여억원을 받았다. 이후 자해로 입원했고, 병문안 온 소속 팀장에게 경위를 털어놓으면서 뒤늦게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면직 처분되고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직원과 고객 간 금전거래 사례도 나왔다. 2023년 메리츠증권 리테일 직원이 고객 13명과 28억원 규모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취업규정상 금지 행위지만 3개월 감봉에 그쳤다.

고객으로부터 금품을 받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은 2023년 자산 증대와 둘째 출산 축하금 명목으로 고객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차명 주식거래 사실까지 더해졌지만 감봉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증권업계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불법·비위 행위가 반복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윤리경영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징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사 윤리강령은 단순한 내부 규정이 아니라 투자자의 자산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임직원이 윤리강령을 지키는 것이 우리 주식시장의 건전성과 국가경제의 신뢰를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더 책임 있게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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