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때 빌린 돈 만기⋯차환 비용 눈덩이
단기채로 버티는 각국, 금리 상승에 더 취약
美 부채 안정에 GDP 5% 규모 재정 조정 필요

19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선진국 10년물 국채금리 중간값은 최근 연 4%에 육박하며 1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5~2021년 평균의 약 5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 5%를 넘어섰고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에서도 국채금리가 올랐다.
문제는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빚도 과거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공공부채 비율은 2000년대 초반 약 70%에서 최근 110% 안팎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부채 비율은 두 배 이상, 영국은 거의 세 배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약 6%, 프랑스는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국채금리가 비슷했던 2007년 선진국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GDP의 약 11%였다. 올해는 그 두 배 이상을 발행해야 한다. 재정적자를 메우는 동시에 과거 낮은 금리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새 국채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이자 지출은 GDP의 3%를 넘었고 미국은 5%에 육박했다. 아직 저금리가 적용되는 기존 부채도 만기가 돌아오면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차입 비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연간 이자 지출이 2030년 무렵 2조7000억달러(약 37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고령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나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제도 각각의 지출보다 큰 규모다.
국채금리 상승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인 ‘기간 프리미엄’도 높아졌다. 물가 불안에 정부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까지 겹친 결과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말 평균 기간 프리미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포인트 넘게 높아졌으며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국채의 특별한 지위에도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들은 안전성과 손쉬운 거래를 이유로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낮아도 감수해왔다. 그러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올해 7월까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조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미국에는 차입 비용을 낮춰주던 혜택의 상실이다.
국채를 사줄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 중앙은행들은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장기채의 주요 매수자였던 확정급여형 연금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여기에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정부와 민간기업의 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각국 정부가 택한 대응은 빚을 줄이기보다 만기를 줄이는 것이다. 비싼 장기금리를 피하려 단기채 발행을 늘린다. 미국은 전체 국채 잔액의 약 4분의 1이 만기 1년 이내 단기국채이며 평균 잔존 만기는 6년 미만으로 짧아졌다.
이는 당장의 비용을 덜 수 있지만 더 자주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부담을 남긴다. OECD 회원국 정부가 발행한 고정금리 부채의 3분의 1은 2028년까지, 절반 가까이는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이번 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앞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차입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 이자를 제외한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뤄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상승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전체 부채를 현재의 5년물 국채금리로 차환한다고 가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성장률 전망을 적용한 결과 미국은 부채 비율을 안정시키려면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기초재정수지 흑자가 필요했다. 현재 미국의 기초재정수지는 GDP의 약 4% 적자여서 세입 확대와 지출 감축을 합쳐 GDP의 약 5%에 이르는 조정이 필요한 셈이다. 프랑스도 약 4% 규모의 조정이 요구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부채의 만기가 돌아올수록 이자 지출과 재정적자가 늘고, 이것이 다시 국채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조정을 미룰수록 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